효성 차남 12번째 법적 공세, 재계 "언제까지 갈까…" 우려

머니투데이 양영권,김훈남 기자 2014.10.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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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형인 조현준 사장 고발… 차남 측 "실질적 민·형사 소송은 4건"

효성 차남 12번째 법적 공세, 재계 "언제까지 갈까…" 우려


효성 차남 12번째 법적 공세, 재계 "언제까지 갈까…" 우려
지난 21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79)의 둘째아들 조현문 변호사(사진가 친형 조현준 효성 사장을 고발하면서 민·형사 소송이 이어지자 재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대표기업의 가족간 분쟁이 심화된 데 따른 우려다.

조 변호사가 회사 지분을 팔고 경영에서 물러난 뒤 효성 계열사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신청 등을 낸 것을 시작으로 가족 및 회사에 대한 소송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는 형과 동생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경영진을 고발하고 이번엔 형을 직접 피고발인으로 적시한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조현문 변호사 또는 조 변호사가 지분을 증여한 교회 측이 효성그룹 계열사 또는 회사 대주주, 경영진 등을 상대로 취한 민·형사 조치는 총 12 건이다.

조 변호사는 아버지 조석래 회장에게 직접 법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 회장이 효성 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그룹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만큼 수사가 본격화되면 조 회장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조 회장이 이미 조세 포탈과 회계분식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고령에다 중병을 앓는 만큼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형에 대한 고발도 조 회장이 신병치료차 미국으로 출국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재계에서 부자가 다툰 사례는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차남 강문석 전 동아제약 대표가 경영권을 놓고 소송전을 벌인 것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때도 고소·고발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조 변호사의 고발을 계기로 조현준 사장과 조 회장에 대해 형사조치가 내려지면 국내 재계 역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부자·형제간 참극'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조 회장은 아들 조 변호사를 만나려 했다. 효성에 대해 잘 아는 한 재계 관계자는 "한여름에도 조 변호사 집 앞에서 기다렸고 조 변호사가 외국으로 주거지를 옮긴 뒤에도 한국에 들어왔다는 얘기만 들으면 만나려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현문 변호사 측은 "부친(조 회장)이 조 변호사가 없는 집에 비서들과 함께 방문해 당시 혼자 있던 여성 가사도우미가 위협을 느낀 적도 있다"며 "또 지난 7월에는 조 회장이 비서들과 함께 찾아와 50분간 만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잇따른 소송과 관련, 조 변호사는 보도자료에서 "본인은 효성그룹의 부도덕한 인신공세에도 절대 굴하지 않으며 검찰 수사를 통해 회사를 바로잡고 진실을 밝혀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조 변호사 측은 아울러 민·형사 조치 건수에 대해 "두미종합개발과 관련한 3 건은 조 변호사가 직접 제기한 것이 아니라, 지분을 증여받은 교회 측에서 효성을 상대로 제기한 것이고, 일부 가처분 사건은 상대방인 계열사가 여러 곳일 뿐이지 실질적으로 동일 건이어서 조 변호사가 직접 제기한 민·형사 조치는 4 건"이라고 밝혔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미국 변호사자격증을 따고 미국 유명 법률회사에서 근무한 그는 원리원칙을 따지는 스타일로 부친·형의 경영방식과 충돌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조 변호사를 잘 아는 이는 "그는 `불의'라고 믿는 것에 대해서는 주변의 회유에도 타협하려 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했다.

효성가 사태에 대해 재계는 반기업정서가 확산될 것을 우려한다. 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배경이야 어떻든 일반인들은 재벌가에서 혈육끼리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인식한다"며 "가뜩이나 경제상황이 어려운데 반기업정서가 악화돼 규제개혁이나 경제활성화 조치의 동력을 앗아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효성 임직원의 상실감도 크다.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주장을 100% 인정한다 하더라도 사실로 확정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구체적 실명을 거론하며 의혹을 제기한 것은 지나치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효성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수사도 하기 전에 `범죄집단'인 것처럼 비쳐져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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