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원 "이준석 선장, 사고 당시 공황상태 아니었다"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2014.10.20 16:31
글자크기
이준석 세월호 선장(68) / 사진=뉴스1이준석 세월호 선장(68) / 사진=뉴스1


이준석 선장(68)이 세월호 참사 직후 공황상태가 아니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 선장이 사고 당시 공황상태였는지 여부는 살인죄 등 혐의가 인정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광주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20일 열린 이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27회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은 1등 항해사 신모씨(34)는 사고 당시 이 선장의 상태에 대해 "말을 할 수 없다거나 완전한 공황상태는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배가 기울어진 직후 조타실에 모였던 선원 중 한 명인 신씨는 "이 선장이 조타실 내 해도대 옆에 줄곧 쪼그려서 많이 떨고 있었고, 많이 긴장한 모습이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고 초기에는 '엔진을 멈춰라', '발전기를 어떻게 해 봐라' 등 여러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진술은 사고 당시 육체적·정신적으로 정상인 상태가 아니었다는 이 선장 측 주장과 상반된다. 세월호에 처음 승선했다가 참사를 겪은 신씨는 사고 직후 해도대 옆에 머물며 이 선장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신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과정에서 "소방관이 불을 끄다가 죽을 것 같아서 나왔는데 무슨 잘못이냐"는 취지로 말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신씨는 이같은 말을 했냐는 검사의 질문을 받고 "그런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다"면서도 "'무슨 잘못이냐'는 뜻 보다는 그런 상황이 내가 고의적으로 유기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초기에는 (승객 구조를 위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도 처음부터 혼자 살 생각만 했다고 얘기해서 억울한 마음도 있었다"며 "돌이켜 보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한편 신씨는 승객 퇴선 명령을 내렸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신씨는 "2등 항해사 김모씨가 여객부에 여러 차례 퇴선을 지시하는 방송을 했지만 무전기에서 나오는 (여객부가 대답하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피해자 진술 등을 거쳐 27일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구속만기일이 다음달 14일인 점을 고려, 다음달 초나 중순에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