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반납·인원 감축·사업 축소까지…재계에 부는 삭풍

머니투데이 황시영 김훈남 최우영 기자 2014.10.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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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싸움' 들어간 대기업들…소모비용 줄이고 효율성 높여

전사적 허리 졸라매기에 나선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전사적 허리 졸라매기에 나선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불황으로 대기업들이 허리띠 졸라매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현대중공업 (159,500원 ▲2,800 +1.79%)은 지난 6월 울산 본사에서 '경영위기 극복 실천 결의대회'를 열어 임원 직급에 따라 급여의 10~30%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이재성 당시 회장부터 상무 이상 모든 임원이 참여했다.

올해 2분기 1조1000억원대 영업적자를 낸 뒤 '비상경영체제'는 더 강화됐다. 지난 8~9월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을 신규 선임한 뒤 지난 12일에는 그룹 조선 3사인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94,200원 ▲2,400 +2.61%) 임원 262명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 받았다. 16일 임원 81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복합화력발전소 등 여전히 남아있는 저가수주 물량의 지속적 피해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조만간 한계사업 및 수익성이 악화된 해외법인의 정리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속 적자에 허덕이는 그린에너지사업본부 등이 손꼽히고 있다.

POSCO (373,000원 ▲2,500 +0.67%)는 재무구조개선과 'AAA' 신용등급 회복을 목표로 계열사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포스코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가 구조조정 대상"이라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사업은 중단·매각·통합 등 과감하고 신속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힌 만큼 구조조정의 칼날이 매섭다. 현재 포스코는 계열사 47곳, 해외법인 포함 연결 대상 회사 215곳을 거느리고 있다.

우선 포스코는 지난 7월부터 전남 광양제철소 내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 슬래그파우더 생산 자회사인 포스화인, 포스코-우루과이 등 3개 자회사 동시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당초 LNG 터미널은 별도 법인으로 만들고, 포스코가 경영권을 유지한 상태에서 최대 49%까지 지분을 매각할 방침이었으나 매각작업이 지지부진하자 포스코가 LNG터미널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도 최근 나왔다.


국내 인수 희망자가 없고 해외 업체만 관심을 보인 상황에서 천연가스 인프라스트럭처인만큼 산업통상자원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사실 무근"이라며 "광양 LNG터미널 경영권 매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8월에는 자회사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종합소재기업인 포스코엠텍도 도시광산(희유금속)사업부 매각 작업 외에도 구조조정중이다. 임원 일부가 사표를 제출했으며, 강원 영월 몰리브덴 제련 공장이 축소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플랜텍도 조직 및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한화 (27,200원 ▲300 +1.12%)는 건재와 제약 등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고 화학을 중심으로 한 M&A(인수합병) 추진 등 '체질강화' 작업이 한창이다. 김승연 회장 부재 이후 그룹을 이끌어 오던 김연배 부회장이 한화생명 대표이사로 자리한 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한화케미칼은 자회사 한화L&C(현 한화첨단소재)의 건재부문과 제약부문 자회사 드림파마를 각각 모건스탠리 PE(프라이빗에쿼티)와 다국적제약사 알보젠에 매각했다. 한화첨단소재는 건재사업을 매각해 R&D(연구개발) 비용과 설비투자가 필요한 소재부문에 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화는 비주력계열사를 매각하는 한편, 기존 소재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M&A에도 나섰다. TDI(Toluene Diisocyanate, 폴리우레탄 원료) 생산업체 KPX화인케미칼(현 한화화인케미칼)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화케미칼은 염소를 공급하는 KPX화인케미칼을 인수해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KPX화인케미칼과 더불어 매물로 나온 미국 다우케미칼의 기초화학사업부 인수 역시 추진 중이다.

한화생명을 필두로 한 금융부문에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 바람이 불 전망이다. 지난 5월 임직원 300명을 줄인 한화생명은 다음달 초 700명 수준의 추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구조조정은 김승연 회장 최측근이자, 김 회장 부재 후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장으로 그룹을 이끌어 오던 김연배 부회장이 키를 쥐게 됐다.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히는 김 부회장이 일선으로 복귀한 만큼 자산대비 수익이 저조한 한화생명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 진행될 전망. 실제로 김 부회장의 내정 직후 한화생명은 12본부 50팀이던 조직을 3부문 7본부로 41팀으로 축소하고 전무 6명 중 4명을 보직 해제하는 등 구조조정작업에 들어갔다.

KT (36,250원 ▼250 -0.68%)는 지난 4월 경영난 타개를 목표로 사상 최대 규모인 8536명에 대한 특별명예퇴직을 권고했다. 퇴직금 등에 사용된 비용만 1조2357억원에 달했다.

이어 비ICT 계열사 매각에 나섰다. 현재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곳은 KT렌탈과 KT캐피탈이다. 지난 6월 KT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ICT 융합 사업자로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계열사인 KT렌탈과 KT캐피탈 매각을 추진 중이다"고 답변했다. 추후 매각 대상으로는 비씨카드, KT에스테이트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올해 3분기 2년 반만에 4조원대 영업익을 기록한 삼성전자 (84,300원 ▲2,500 +3.06%)는 명예퇴직 또는 희망퇴직 시행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무선사업부 소속 인력 500명 가량을 조정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수익성이 둔화된 무선사업부 축소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IM부문 임원들의 목표달성장려금(TAI)의 25%가 삭감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조업계에 몰고 있는 사업구조 개편 및 구조조정 움직임은 반등 가능성이 안 보이는 불황에 앞서 위험요소를 차단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자는 선제적 조치에 가깝다"며 "더 큰 위기가 오기 전 맷집을 키워놓는 '체질개선' 정도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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