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다 주고 사면 '호갱', "똑똑한 직구족 못 말려"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권다희 기자 2014.10.1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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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해외쇼핑몰 초대형 할인 봇물…직구족 잡기 위해 업체들 가격인하도

#직장인 안현석(37) 씨는 오는 11월 말 블랙프라이데이에 60인치 LED 스마트 TV를 해외직구(직접구매)로 구입할 생각이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에서 2399달러짜리 삼성전자 60인치 TV는 정확히 반값인 1197달러에 팔렸다.

안 씨는 이미 쇼핑 준비도 끝마쳤다. 해외 온라인쇼핑몰에서 결제 가능한 직구전용 신용카드를 만들었고, 관세청에서 개인통관번호도 발급받았다. 배송대행업체와 온라인 캐시백 업체에 회원 가입해 추가 혜택도 노리고 있다.



이달 말부터 연말까지 해외 직구(직접구매) 부문에서 역대 최대 큰 장이 열린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31일 '할로윈데이'를 시작으로 한국 직구족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블랙프라이데이'(11월28일), 사이버먼데이(12월1일), 크리스마스(12월25일), 박싱데이(12월26일~12월31일)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할인 행사가 잇따른다.



◇블랙프라이데이·박싱데이…"직구족 벌써 설레인다"

이 시기에는 세계 최대 온라인몰 아마존과 미국 대형 백화점인 메이시스 같은 유명 쇼핑몰들이 40~80% 파격 할인에 돌입한다. 미국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다음달 11일 일명 '솔로데이'로 불리는 광군제를 맞아 타오바오 등 현지 유명 쇼핑몰들이 파격적인 할인가로 한국 직구족들을 끌어 모을 전망이다.

제값 다 주고 사면 '호갱', "똑똑한 직구족 못 말려"


관련업계는 이 두 달간 해외직구 규모가 역대 최대인 5억~8억(5000억~8000억원)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10억 달러를 돌파한 해외직구는 올해 연간으로는 사상 최대인 20억달러(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해외직구의 가파른 증가세를 잘 볼 수 있다. 올 상반기 해외직구 건수는 727만6000건, 753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45.7%, 48.5% 늘었다.

해외직구 품목수도 4697개로 2010년(3482개) 대비 34.8%(1215개) 늘었다. 한국으로 10만개 이상 들여온 품목수도 종전 4개에서 31개로 증가했다. 의류 직구 비중(13.8%)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신발 및 가방이 전체 직구의 26.5%를 차지했고, 음식료품(19.4%)도 갈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직구 특수 잡아라" 배송대행·캐시백 업체도 들썩
직구 특수를 잡기 위한 한국 직구 관련 업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몰테일과 지니집 같은 배송대행업체들은 해외배송시 상품 무게 외에 박스 크기에 따라 배송료가 할증되는 점을 감안해 부피 무게 면제 이벤트를 실시하는가 하면 카드사 제휴로 다양한 할인쿠폰을 쏟아낸다.

직구 결제액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 웹사이트도 특수를 노리고 있다. 이베이츠는 해외 직구족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웹사이트를 한국형으로 개편하고 해외 쇼핑몰 제휴사도 대폭 늘렸다. 지니집과 위메프박스 등 배송대행사도 제휴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이 같은 해외직구 대목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오프라인 직구매장 '비트윈'을 열고 매장에서 직구 상품을 직접 입어보고 살 수 있도록 했다. 현대백화점 (50,800원 0.00%)도 직구족들이 즐겨 사는 아동복 브랜드 '티콜렉션'을 직구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프 매장에서 할인 판매하고 있다.

◇정가 주고 사면 호갱?…"유통업계, 제 발등 찍었다"
해외직구 증가는 같은 상품이라도 한국 판매가격이 미국 등 해외 판매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비싼데 따른 소비자들의 반격이다. 그동안 수입업체들이 한국 독점판매를 무기로 해외 판매가격보다 2~3배 높게 팔아온 것에 소비자들은 직구로 맞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쇼핑 기술이 진화하면서 더이상 수입업체들의 폭리는 용인되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폴로(의류)와 스토케(유모차) 등 해외 직구로 빠져나가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한국 판매가를 낮췄다. 폴로 키즈 기본 티셔츠는 이전까지 8만8000원을 받았지만 5만8000원으로 가격을 34% 낮췄다. 스토케 유모차 익스플로리 모델도 189만원이던 가격을 169만으로 10% 낮췄다.

일부에서는 해외직구 증가가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시장을 더욱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직구 증가로 국산품 생산이 크게 줄어들거나 이에 따른 유통업계의 실적 악화, 관련 일자리 감소 등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해외 직구로 관세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정부 재정 확충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직구 1건당 구매평균 금액은 10만4000원으로 대부분의 상품이 관세나 부가가치세 대상에서 빠진다. 목록 통관 확대와 FTA 체결로 면세범위가 확대된 것도 정부 재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직구 증가는 그동안 수입품 가격이 얼마나 비정상적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소비자들의 반발로 이해할 수 있다"며 "경기침체가 장기화할수록 해외직구족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내 유통업체와 수입업체는 해외시장과의 가격차를 줄이고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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