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한 공무원 노조원이 토론회 단상을 오르며 항의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노조원들의 항의로 무산됐다. /뉴스1
유럽은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한 논의가 국내보다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진행돼 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었을 뿐 아니라 개혁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보완장치들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장기간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는 것.
박 대통령이 언급한 독일도 마찬가지다. 시간을 두고 일반 근로자와 공무원 간의 연금제도 간격을 서서히 줄인 덕에 보다 안정적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룰 수 있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3번에 걸쳐 개혁 논의가 나왔지만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진행됐다"며 "그간 논의가 없이 지지부진하다 갑자기 개혁하려니 충격과 반발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럽 각국에서 도입한 공무원연금 ‘자동 안정화 장치’. 기준에 따라 연금 급여액이 자동으로 조절될 수 있도록 해 재정 안정을 도모했다. (자료: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나라마다 자동 안정화 장치를 도입한 방식이나 상황에 차이는 있다. 스웨덴은 1999년 평균실질소득과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따라 연금급여가 바뀔 수 있게 했다. 독일은 2004년 가입자 대비 수급자가 늘어나는 만큼 연금급여를 줄어들게 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윤 연구위원은 “스웨덴·오스트리아·독일의 공무원연금제도는 재정 안정을 위한 ‘자동 조절 장치’가 있어 기여금만 정해져있고 수급액은 인구구조, 성장률 등 여타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조절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자동 안정화 장치를 도입하면 공무원연금의 재정 상황에 따라 매번 개혁을 논의할 필요가 없이 인구 고령화나 저성장 등 위협 요인에 따라 수급액을 자동으로 조절,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특정 집단의 정치적 개입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외에도 유럽식 모델의 장점은 공무원연금개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독일은 연금수급연령을 높이는 대신 근로 기간도 그만큼 연장해 상생할 수 있게 하고 저소득층의 급여대체율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사적 연금으로 부족분을 채워주는 '리스터 연금'을 도입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윤 연구위원은 "유럽에서 진행 중인 자동안정화 장치를 서둘러 도입하려 한다면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며 "선진국들이 사회적 합의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점을 고려해 우리 실정에 맞는 다양한 장치들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