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할게요. 저는 당신 딸이 아닙니다.
올해로 중소기업 A사에 입사한지 5년차. 그동안 부장님이 제가 딸 같다며 회식자리에서 스킨십을 시도하고, 회의 중에 저를 대상으로 성적인 농담을 한 걸 언급하자면 이 지면이 모자를 것 같네요. 부장님의 '친딸'은 고작 7살인데 말이죠.
주량을 넘어선 음주로 알딸딸했던 그때, 부장님은 집이 같은 방향이라며 저를 데려다 준다고 하셨죠. 그리고 택시를 타자마자 손을 잡고, 제게 입맞춤을 시도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술김에 한 실수라 생각하고 넘기려 했습니다. 회식 자리를 몇 번 피하고 나면 아무 일 없듯 괜찮아 질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 이후 부장님은 제게 어떻게 하셨나요. 제가 회식에 참여하지 않자 회식날이면 으레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업무를 맡기셨습니다. 또 어떤 날엔 술에 취해 혼자 살고 있는 제 집 근처로 찾아와 무조건 나오라고 하고, 지금 당장 나오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협박을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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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경찰에 신고하고 회사를 그만두라고 합니다. 물론 제 마음도 친구들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하지만 어딜 가더라도 이런 문제가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데 생각이 미치니 제가 그만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 같습니다 .
얼마 전에 모 국회의원께서 골프장에서 손녀뻘의 어린 캐디를 성추행해 논란이 됐지요. 그분은 문제가 커지자 "딸 같아서 가슴을 한번 툭 쳤을 뿐"이라는 해명으로 더욱 빈축을 샀습니다.
김 부장님, 이쯤에서 묻고 싶습니다. 7살 당신 딸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고, 제일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귀여워하고 예뻐해야 할 대상은 제가 아니라 "아빠 언제 집에 들어와?"라고 매일 묻는 '진짜 딸'이 아닐까요.
제가 딸처럼 예쁘다는 말이 진심이시라면 멋진 여성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성희롱과 추행을 일삼는 상사 때문에 날개를 꺾고, 꿈을 잃고 멈춰 서지 않을 수 있도록 요.
김 부장님, 저는 당신의 '딸 같은 여자'가 아닌 '능력 있는 후배'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