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알바의 희망 경비원? "24시간 맞교대에 최저임금 절반"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4.10.0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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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한국형 프리터族의 비극⑤]1년 미만 단기계약·각종 노동법 사각지대

편집자주 일자리는 밥벌이다. 동시에 꿈과 희망, 미래다. 생계가 팍팍하면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것은 쉽지 않다. '알바 공화국' 대한민국이 위태로운 이유다. 시간제 근로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10대와 20대의 알바는 그나마 낭만이라도 있다. 가족을 책임져야할 30~40대, 노후를 즐겨야할 60~70대가 어쩔 수 없이 알바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의 실상을 머니투데이가 들여다봤다.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 '경비원'은 노인 일자리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경비원은 아르바이트(시간제 일자리)로 분류되지 않지만 많은 경우 1년 미만으로 고용계약을 맺으며 최저임금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노동법 사각지대에서 노동착취를 당하도록 방치되고 있다.

경비원은 계약된 본 업무 외에도 수많은 잡무를 본다. 서울시내 아파트 재건축공사장 경비원 정모씨(54)는 "새벽 5시 반부터 25톤짜리 트럭이 들어오면 안내해주고 도장 찍어주고 들여보낸다"며 "6시 반부터 출근이 시작되면 500여명의 출입을 통제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7시부터는 철근, 콘크리트, 레미콘 150대가 드나드는데 전부 다 도장 찍어주고 일지에 부착해야 한다"며 "원래 200만원 이상 주고 쓰던 신호수, 화재 안전관리요원도 해고하고 내가 그 일까지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급여는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근로기준법 제63조에 따라 감시 또는 단속적 근로에 한해 사업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을 경우 최저임금의 90%까지 낮게 지급하고 초과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거의 모든 경비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의 90%에 미치지 않는 돈을 받으면서도 해고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 대개의 경비원은 2인 1조로 24시간 근무와 24시간 휴식을 번갈아가며 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90%를 대입해보면 한 달 15일을 근무했을 때 최소 218만8200원(야근수당 적용, 초과수당 미적용)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 경비원 급여는 월 100만~150만원선이다. 일부 100만원 미만 급여 사업장도 있다. 유급휴가나 휴게시간은 거의 보장되지 않는다.

고용안정성도 취약하다. 근로계약은 구두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근로계약서를 쓰더라도 '364일' 등 1년 미만씩 편법 계약해 용역업체가 원청이 지급한 퇴직금을 빼돌리거나 1년을 며칠 앞두고 용역업체를 교체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내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파트 경비원 이모씨(57)는 "경조사라도 생길 경우 근무자끼리 맞교대를 해야 하는데 48시간 근무를 부탁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며 "원청과 용역업체으로부터의 2중 감시감독, 나이 어린 주민들로부터 인간적 모욕을 받지만 100만원 쥐꼬리 월급이나마 못 받게 될까봐 입도 뻥긋 못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사정을 알면서도 단속하기는커녕 방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아파트 경비원은 감시업무를 주로 보고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아 휴게시간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내년부터는 이들에게도 최저임금의 90%가 아닌 100%를 지급하게 개선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경비원은 입주자 대표들이 고용하는 건데 전문 업체가 위탁할지 직접 고용할지는 입주자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을 경우 고소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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