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식으로 PT했더니

머니투데이 산타클라라(미국)=이해진 기자, 방윤영 기자 2014.09.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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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실리콘밸리 K-TECH 스타트업 IR]

엘리자베스 모리스 코치가 실리콘밸리 K-TECH 스타트업 IR에 참가한 팀을 위해 1:1 피칭 레슨을 하는 모습/사진=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엘리자베스 모리스 코치가 실리콘밸리 K-TECH 스타트업 IR에 참가한 팀을 위해 1:1 피칭 레슨을 하는 모습/사진=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


"청중의 관심을 끌만 한 내용을 맨 앞으로 끌어내라. 자세한 설명은 질문이 나올 때 풀면 된다. 만약 질문이 안 나온다면 네 아이디어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거다"

"근거를 앞에서부터 제시하고 결론이 나와야 주장의 신뢰도가 형성되지 않나?"



23일(현지시간) 미국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 코트라 무역관은 스타트업 IR 피칭 교육이 진행되는 내내 스타트업과 강사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번 IR 피칭 교육은 25일 열리는 실리콘밸리 K-TECH 스타트업 IR에 대비해 이뤄진 사전 교육으로 앞서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진행됐다.

이날 교육에서는 로이 테리(Roy Terry) 코치, 엘리자베스 모리스(Elisabeth Morris) 코치, 양하민 코트라 스타트업 매니저가 강사로 나서 스타트업 IR 참가 26개 팀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IR 피칭법을 강의했다. 코치 한 명당 8~9개 팀 씩 전담 멘티를 맡아 리허설을 통한 1:1 맞춤 강의를 펼쳤다.



양 매니저는 "스타트업들이 기술적 지식이나 사업 아이디어 등을 피칭으로 구현하는 기술이 부족했다"며 "IR 피칭도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청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이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리 코치는 "한국의 창의성과 에너지를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한국 스타트업을 평가했다. 그는 "참가팀들이 공통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발표에 많은 양을 할애하고 기술을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하고 수익을 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못했다"며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비중은 줄이고 사업 방향에 대한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워낙 많은 피칭이 이뤄지기 때무에 하나의 남다른 점을 부각해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육기간 동안 참가팀들의 피칭 기술이 향상된 만큼 K-TECH 당일 청중들의 눈을 보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진실하게 이야기한다면 통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교육에 참가한 문경록 뉴지스탁 대표는 "피칭 교육을 받고 기업 발표 자료를 70% 이상 바꿨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 대표는 "로이 테리 피칭 코치는 디테일이 많고 기승전결로 진행되는 한국식 IR은 미국에선 통하지 않기에 '무조건 심플하게 하라'고 조언했다"며 "수년 동안 해온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지만 기존 발표 자료를 70% 이상 수정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김승곤 이디오크러시 CSO(최고전략책임자)는 "미국 현지에서 IR할 때 유의할 사항들을 콕 짚어줘 굉장히 도움이 됐다"며 "목표 시장, 경쟁우위, 인재에 대한 경쟁력 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 CSO는 "한국식으로 장황하게 발표하자 엘리자베스 모리스 피칭 지도사는 '그래서 나에게 어떤 이득이 있느냐'(What's in it for me?)고 되물었다"며 "교육받은 뒤 각종 디테일을 모두 빼자 20페이지가 넘는 발표자료가 10페이지로 확 줄였다"고 말했다.

한편 실리콘밸리 K-TECH 스타트업 IR은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캐피털(VC), 엔젤투자자 등 앞에서 투자유치 IR(기업발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오는 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산타클라라 매리어트 호텔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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