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시작된 23일 오전 출근길에서 권오갑 사장이 직원들에게 담화문을 나눠주며 파업에 반대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23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권오갑 사장은 이날 오전 6시20분부터 8시까지 울산 본사에 주요 본부장들과 나타나 출근길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현대중공업 가족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나눠주며 파업에 반대할 것을 호소했다.
권 사장은 호소문에서 "현대중공업은 제가 37년간 일해왔던 고향으로 '자랑스러운 현중인' 자부심을 늘 가슴 속에 새기고 있었다"며 "자랑스러운 일터인 현대중공업이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랑하는 현중 가족 여러분께서 지금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해 오셨던 걸 잘 알고 있다"며 "여러분께서 열심히 일해오신만큼 회사는 이익을 내 최고의 대우, 최고의 직장으로 일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최근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여러분께 실망을 드렸다"고 사죄했다.
권 사장은 "이는 열심히 일해오신 여러분이 아니라, 바로 회사의 책임"이라며 "여러분께 진심으로 말씀드리건데 회사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고 파업에 반대할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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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사장은 "여러분께서 생각하시듯 저 또한 회사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세계 1위 기업이라는 명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할 맛 나는 회사' '신바람 나는 회사' '내가 믿고 기대고, 내 땀과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회사'로 여러분께 다가가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회사를 여러분과 함께 바꿔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앞장서서 다 하겠다"며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이야기를 듣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실행에 옮겨나가겠다"고 했다.
최근 현대오일뱅크에서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온 데 대한 고민의 과정도 털어놨다.
권 사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께서 열정과 신념으로 창업하셨고 여러분이 땀과 열정을 쏟아 우리나라의 자랑으로 발전해온 현대중공업, 현중 가족 여러분의 삶의 터전인 현대중공업을 제가 잘 경영할 수 있을까 스스로 고민했다"며 "그 출발점이 여러분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회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게 여러분의 진심이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명절에 고향 가면 회사 자랑을 가족들에게 할 만큼 여러분이 회사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며 "여러분도 이제 모든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오직 현대중공업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함께 손을 잡고 진정한 새출발에 나설 수 있도록 큰 마음을 보여 신바람나게 일하는 직장으로 바꿔보자"며 "국가경제에 큰 힘이 되고 우리 사회와 국민들로부터 존경 받는 회사로 만들어보자"고 호소했다.
권 사장은 "저를 믿고 여러분 마음속에 있는 진심이 무엇인지, 회사와 나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반드시 생각해달라"며 "지금 비록 어려운 시기지만 여러분이 힘을 모아준다면 반드시 현대중공업 본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동종업계 어느 회사보다도 여러분이 일한 대가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자긍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제 진심이 여러분께 전달됐기를 바라며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3일 오전부터 시작된 현대중공업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26일 마감된다. 나흘 동안의 투표 결과가 '찬성' 과반수로 끝날 경우 현대중공업은 20년만의 파업을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