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렌탈 팔까말까 다시 고민하는 황창규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4.09.17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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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률 11% 1위사 왜 파나 내부 논란…최고가 1조 아니면 백지화 명분 만들 듯

KT렌탈 팔까말까 다시 고민하는 황창규


황창규 KT (34,500원 ▲400 +1.17%)그룹 회장이 계열사 KT렌탈 매각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업 내용이 우량하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있는 회사를 굳이 팔아야 하느냐는 내부 회의론이 적잖게 제기되고 있어서다.

16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은 최근 KT렌탈 매각이 경영상 적정한지 다시 내부적인 검토를 지시해 이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보고서에는 매각 후 장단점이 고루 제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영 결정권자 입장에서는 KT렌탈 매각으로 인한 장점보다 성장성이 큰 우량사업을 놓치게 될 것이라는 회의론이 눈에 띄게 부각됐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KT렌탈 매각은 황 회장이 부임한 이후 통신업 집중 차원에서 KT캐피탈 매각과 함께 결정됐다. 전임 이석채 회장의 '탈 통신' 경영으로 그룹이 방만해졌고 KT ENS와 같은 대출사기 사건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보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했다.

올초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KT렌탈 매각을 시작한 황 회장은 크레디트스위스를 자문사로 선정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자문사 선정전에서 KT렌탈 지분 100%의 가치가 경쟁 가열시 8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시장에서는 KT렌탈 매각이 진행되자 인수 후보들이 몰려들고 있다. SK네트웍스와 한국타이어, GS홈쇼핑 등 쟁쟁한 전략적 투자자(SI)들을 물론 어피니티 에퀴티 파트너스와 오릭스, KKR 등 대형 PEF(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까지 인수 준비에 나선 상태다.

원매자들은 크레디트스위스가 예상한 최대 1조원의 매각가격에 대해서는 지나친 거품이라는 반응이다. 업계 1위 기업이 매물로 나온데 대해 적잖은 기대를 갖고 있다. 향후 자동차 렌탈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돼 KT렌탈이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한 1위 기업으로서 가치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치가 올라가는 만큼 KT그룹의 후회도 깊어지고 있다. 어렵사리 얻은 업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을 굳이 전략상의 이유로 내놓을 필요가 있냐는 내부 회의론이 발단이다. KT렌탈은 지난해 말 기준 차량보유대수 9만1668대(시장점유율 24.7%)로 렌터카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반 렌탈 부문도 KT에 속한 이후 통신장비 및 계측장비 대여 등의 사업이 더해져 국책 프로젝트를 따내는 등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KT렌탈의 영업이익률은 그룹 내에선 독보적인 1위로 지난해에는 두 자릿수인 11%였고 2011년엔 12.4%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KT의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3.5%였던 것과 비교하면 사업성과 성장성을 고루 겸비한 것이다. 더구나 KT는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으로 인해 무선 통신시장의 점유율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 성장성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KT의 기존 무선망 이용 고객에 추가적인 마케팅을 더해 렌터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사업기회를 매각으로 놓치게 된다면 크게 후회할 것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KT렌탈의 일부 원매자들은 KT 내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T가 매각 의사를 접을 경우 인수 준비에 쏟아부은 적잖은 비용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도 황 회장의 눈치를 보고 있다. 거래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지만 한번 발표한 입장을 번복하지는 않을 것이고 대신 가격경쟁 입찰을 벌여 최소 예상가격 이하의 결과가 나오면 이를 명분으로 매각 계획을 접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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