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행부는 이번 세제개편이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 확충과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특히 LH의 과세여력과 민간부문의 소형주택 공급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지차제가 자체적으로 서민주거안정 대책을 수립·수행하기 힘든 상황에서 재원 확충이란 명목으로 무턱대고 LH의 공공(임대)주택사업에까지 과세를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단기적으로 지차체 곳간을 채울 수 있지만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져 주민들의 주거불안만 가중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LH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당장 내년에만 2166억원 가량의 과세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택지개발사업에서만 약 2000억원, 건설임대주택사업 82억원, 매입임대주택사업 84억원 등이다. 이는 올해 사업 규모를 토대로 추산한 수치로 사업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세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세제개편에 따른 과세부담은 공공택지 및 임대주택 공급가(임대료)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택지공급가격만 하더라도 취득세(4.6%) 감면혜택이 사라지면 토지매입비용은 그만큼 올라갈 수밖에 없다.
예컨대 토지가격이 3000억원이라면 현재는 취득세 75%를 감면받아 3034억5000만원에 사들일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3138억원으로 부담이 커진다. 이는 조성원가에 그대로 반영돼 공급될 수밖에 없고 향후 분양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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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관계자는 "현재 택지지구는 지역·지구·평수별로 차이가 있지만 조성원가 수준이거나 그 이하로 공급되고 있다"며 "여기에 지자체에서 요구하는 기반시설까지 조성해 공급하고 있는 실정인데 과세부담이 늘어나면 공급가도 오르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잘 안 팔리는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데 있어 취득세 감면혜택이 사라지면 LH 입장에선 매입비 부담이 클 수 있고 향후 임대주택 활용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방세를 확충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왜 하필 공공임대주택 부분을 건드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주택정책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LH 경영정상화도 '빨간불'…지자체 고통 분담해야
그렇다고 세제개편에 따른 과세부담을 LH가 전적으로 소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LH가 추산한 내년 과세부담액(2166억원)은 지난해 영업이익(8925억원)의 26%가 넘는 막대한 금액이다.
더욱이 현재 LH는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에 따라 부채감축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인데다, 공공(임대)주택사업은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구조여서 과세부담까지 짊어지면 경영정상화는 요원하다는 게 국토교통부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다른 LH 관계자는 "임대주택은 1가구를 지을 때마다 1억1000만원, 연간 운영 비용으로 100만원씩 적자가 나는 구조이며 매입임대주택 역시 전체 매입자금 중 15%(약 6200억원) 가량을 자체자금으로 충당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과세부담까지 안게 되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엄근용 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대주택의 취득세 감면 축소 부분을 적자 논란이 일고 있는 LH 혼자서 떠안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임대료로 전가될 수밖에 없고 이는 서민주거안정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면 지자체가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데 어느 지자체가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선뜻 나설 수 있겠냐"며 "지자체별로 이를 두고 눈치싸움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