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제주서 출퇴근, 꿈의 직장 어디?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14.09.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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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펴고 내비를 찍고 맘껏 제주의 가로수길, 해안도로 바닷가 길, 중산간도로 산길 들길을 달려보십시오. 아마 저절로 제주를 죽기살기로 좋아하는 '사생(死生)팬'이 되고 말 겁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제주도편(돌하르방 어이 감수광)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유 교수의 말이 아니더라도 제주는 이미 국내·외 사생팬이 넘쳐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시간과 돈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마음대로 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 비행기나 배가 없으면 갈 수 없는 '섬'이다보니 1년에 한번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휴가철이 끝난 최근 주변에서 가끔 직장 동료들끼리 '제주에 회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얘기를 꺼내는 경우가 있다. 매일 한라산을 보며 출근한 뒤 사려니 숲길로 점심 산책을 나갔다가 퇴근길에 서귀포 앞바다를 보며 회식을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풀어내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런 꿈이 상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된 기업들이 있다. 10일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본사를 제주에 두고 있는 기업은 다음 (40,000원 ▼1,000 -2.44%)제이비어뮤즈먼트 (253원 ▼429 -62.9%), 제주반도체 (18,620원 ▼450 -2.36%), 엠제이비 등 4곳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인터넷 포털업체 다음이다. 10년 전인 2004년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펜션을 사들여 지능화연구소를 이전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엔 미디어본부가 들어선 글로벌미디어센터(GMC)를, 지난해엔 본사 사옥 스페이스닷원을 완공했다. 지난 4월엔 첫 사옥인 스페이스닷원 아래 쪽에 제2사옥 스페이스닷투를 개관했다.
인터넷포털 업체 다음의 제주도 제2사옥 스페이스닷투인터넷포털 업체 다음의 제주도 제2사옥 스페이스닷투


다음 서울사무소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업무 때문에 1년에 10번 정도 제주도에 내려간다"며 "놀러가는 게 아니고 일하러 가는 것이라고 얘기해도 주위에서 부러워하는 직장인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출장으로 가는 길이지만 업무 환경은 확실히 다르다"며 "제주에 있으면 기분 전환도 이뤄지고 일의 능률도 높아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설계·개발·제조업체인 제주반도체는 2005년에 수도권에서 제주로 본사를 이전했다. 기존 상호는 '이엠엘에스아이(EMLSI)'였지만 지난해 3월 주주총회 후 제주반도체로 간판을 교체했다. 모바일 전용 메모리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대만과 중국에서 생산한 뒤 인텔 등에 납품하는 업체다. 제주반도체 관계자는 "토착 기업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상호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제이비어뮤즈먼트는 제주에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주목받는 기업이다. 제주 신라호텔에 있는 카지노(마제스타)를 운영하고 있어서다. 회사 관계자는 "카지노 중심의 복합리조트 전문 개발 운영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던전앤파이터로 유명한 국내 대표 온라인게임 개발사로 넥슨의 자회사인 네오플도 본사를 제주로 옮길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인 대표는 "고도의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게임 개발사에 최적화된 근무환경을 제공하고자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제주 이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제주엔 넥슨 관계자로 지주사인 엔엑스시(NXC), NXCL, 넥슨네트웍스 등 3개 법인이 있다. NXC가 위치한 제주시 노형동에는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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