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 성급한 기금형 도입, 퇴직연금제도 정착에 역행 우려

머니투데이 김종국 전주대학교 경영대학 금융보험학과 교수 2014.09.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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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성급한 기금형 도입, 퇴직연금제도 정착에 역행 우려


최근 정부는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연금자산의 합리적?탄력적 운용을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을 발표하였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기존 제도를 기반으로 개선하는 다른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과 달리, 현행 국내 사적연금체계에 없었던 새로운 제도이기 때문에 도입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논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퇴직연금제도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프레임에 따라서 대상이나 개념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 즉,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자산운용의 수단으로 보느냐, 노후의 안전한 소득보장을 위한 제도로 보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쪽은 정부의 사적연금활성화 대책 보도자료에 기재된 대로, 기금형 도입을 통해 연금자산 운용에 근로자 참여 확대 및 합리적?전문적인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신중한 도입을 주장하는 쪽은 근로자 은퇴후 소득보장의 최후의 수단인 퇴직연금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 등 종합적인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럼 무엇이 옳은 방향일까? 필자는 지난 2005년 12월에 도입된 퇴직연금제도의 기본 목적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급할수록 기본과 원칙을 근거로 제도의 도입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퇴직연금제도 도입 취지는 퇴직금의 사외예치를 통해 근로자의 퇴직급여 수급권을 보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근로자 노후생활을 안정시키는 데 있으며, 이는 현재도 계속 유효하다.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취지 및 논의과정을 볼 때, 현재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기금 운영의 관리 및 감독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부실 발생시 퇴직연금 기금이 파산하여,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기금운영시 정부의 철저한 감독, 기금운용 전문가 관리 및 책임이행 등이 필요하나, 국내 현실상 기금 관리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 및 기관이 부재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기금 파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보다 금융선진국인 일본에서 2012년에 최대 기금형 운용회사인 AIJ자산운용이 약 2,000억엔(2조 8천억원)의 수탁자금 중 90% 이상을 날린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둘째,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등 사적연금활성화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 과정이 매우 폐쇄적이고 단편적으로 운영되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다.

정부가 운영한 사적연금 활성화 TF의 구성 및 운영을 보면, 정부 관계 부처 및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국책연구기관 중심으로 단지 몇 차례 정도만 논의가 이루어졌다.

반면, 퇴직급여의 수급자인 근로자,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실제로 도입해야 할 사용자, 또한 기존의 계약형 퇴직연금사업자 등은 사적연금 활성화 TF에 참여조차 못하고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되었다.

따라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노사정협의회 등 이해관계자 협의체를 구성하여 국내 현실에 맞도록 다각적인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기금의 안정성 및 원활한 운영 가능성 측면에서 기금형이 현재의 계약형보다 낫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현행 계약형 제도하에서 근로자의 참여 확대와 가입자 보호 강화 등 개선방안을 도모하는 것이 순리로 풀어나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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