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교육 받고도 성희롱, '아리수'연구원 자살 뒤엔…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4.09.0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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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당시에도 예방교육 이뤄져, 무용지물… 가해자 징계·피해자 보호도 미흡

서울시 산하 상수도연구원의 공무원 A씨(30)가 성희롱으로 자살했다는 유족들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성희롱 가해자·피해자에 대한 서울시의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가해 직원들에 대한 징계와 피해자 보호, 사전예방 교육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성희롱 사건은 서울시 2건, 자치구 4건, 투자·출연기관 4건으로 총 10건이다.



그 중 파면된 1명과 자진 사표를 낸 2명 외의 성희롱 가해 직원은 모두 재직중이다. 이들의 세부 조치결과를 살펴보면 △훈계 1명 △감봉 3명 △정직 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3건에 대해선 징계가 없었고 자살한 A씨의 경우도 성희롱 가해 직원들에 대한 별도의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상수도연구원 관계자는 "가해 직원들이 공식 사과한 후 A씨도 수용한 상태여서 그렇게 마무리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하면 마무리 하도록 절차가 돼있다는 설명이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도 미흡하다. 한 건물에서 재직중인 한 성희롱 피해자는 가해직원과 마주쳐야 하는 일이 생긴다.

올해 3월까지 A씨와 가해 직원 2명은 심지어 같은 부서에 있었다. 다른 가해 직원 한 명은 애초부터 타 부서였다.

전문가들은 성희롱을 당한 이후에도 같은 부서에서 매일 대면하는 상황 자체가 큰 고통이었을 거라 지적했다. 피해자 보호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이현혜 교수는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같이 근무하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해당 부서 다른 직원들의 시선도 피해자보다 힘이 있는 상사에게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 호소가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받아들여주는 분위기에서 계속 말할 수 있는데 가해 직원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털어놓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수도연구원은 지난해 8월과 사건 당시인 11월, 올해 4월에도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A씨는 입사 이후 지난해 8~12월까지 성희롱을 당했다. 서울시와 상수도연구원이 행한 성희롱 예방교육은 성희롱 발생을 막지도 못했고 자살이란 극단적 방법을 선택하기 전 A씨가 대응하는데 실질적 도움도 안 됐다.

상수도연구원 관계자는 "성희롱은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로 사건 당시부터 올해까지 3번 교육을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성희롱 예방 교육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직원 개개인이 스스로의 일이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빠른 시간에 재미 위주로 행해지는 경향이 많은데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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