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雜s]'엉클 죠'가 된 前홍보수석 이백만의 '인생 3라운드'

머니투데이 김준형 부국장/정치부장 겸 경제부장 2014.08.30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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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방황이 가르쳐 준 것들-엉클 죠의 캄보디아 인생피정

편집자주 40대 남자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도 여전히 나도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40대의 다이어리입니다. 몇년 있으면 50雜s로 바뀝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인생 1라운드 경제학, 2라운드 정치학, 3라운드는 신학'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제기자로 20년을 보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노대통령 서거 후에는 '원하지 않던'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러다 봇짐 하나 메고 홀연히 캄보디아로 떠났던 언론인·정치인 이백만(58)이 이번엔 '두번째 방황이 가르쳐 준 것들-엉클 죠의 캄보디아 인생피정'을 들고 와 '인생 3막' 출발을 알린다.

그의 인생 1, 2 라운드를 가까이 그리고 먼발치에서 지켜봐 온 후배로서 "신학의 영역에서 살겠다"는 말에 가슴 한켠이 아려오면서도 '이백만'이 아닌 '엉클 죠'로의 변신에 그다운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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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도 외딴곳 반티에이 쁘리업(비둘기 센터). 크메르 루즈 정권때 킬링필드였던 그곳은 지금은 장애인들이 자활의 꿈을 키우는 공동체가 됐다. 거기에서 그는 '이백만'을 버리고 세례명 요셉의 첫음절을 딴 '엉클 죠'가 됐다.
지난해 6월 홀연히 캄보디아로 그가 떠났을 땐, 전직 공직자들이 흔히 택하는 폼나는 봉사활동 쯤으로 생각했다(공직에 있을 때나, 언론인 시절이나 '폼'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었지만).

하지만 그에게 캄보디아행은 인생 피정이었고,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한 '건전한 일탈'이었다. 그의 고백처럼 그는 '살기 위해' 캄보디아로 갔을 뿐이지 캄보디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간 게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곳에서 삶을 찾을 수 있었다.
엉클 죠는 '센터'가 생긴 이래 최고령 자원봉사자였다. 예수회 캄보디아 봉사단의 오인돈 신부가 그에게 부여한 '봉사'는 그저 장애인과 친구가 돼 주는 것이었다.



물론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인생 1,2막을 살아온 사람에게 캄보디아 벽촌에서의 생활이 휴양일 리는 없었다. 간간이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그의 모습은 점점 수도사를 닮아갔다.
하지만 7개월의 피정을 거치면서도 '글쟁이'의 근성까지 캄보디아에 벗어두고 오지는 못한 그는 그곳 '친구들'에게서 선물로 받은 꿈과 비전을 배낭 안에 가득 담고 돌아와 이 책을 내밀었다.

책은 60년 가까이 몸과 머릿속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는 인생스케일링을 보여주는 힐링 지침서이다.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다정하게 펄럭이고 있는 프놈펜시의 김일성 대원수 거리에서 그는 통일을 생각한다. 야당지도자 삼랭시를 중심으로 한 민주화 열기, 시아누크 국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캄보디아의 정치 현실을 통해 한국의 정치사를 반추해보는 정치칼럼집이다.


앙코르와트 따프롬 사원 건물을 휘감고 한없이 자라는 바냔 나무는 문화재를 파괴하지만, 나무를 파내면 문화재도 무너져 내린다.
이 책은 문화재를 살리기 위해 문화재 파괴자인 바냔나무를 '살리되 통제해야 하는' 역설에서 한국의 재벌 문제를 생각하는 경제에세이이다. 그런가 하면 앙코르와트 유적지와 캄보디아의 수상가옥 생활 같은 일상이 담긴 캄보디아 여행서이기도 하다.

아울러 저자가 장애인 자활공동체를 통해 자아를 발견해 가는 '성장 수필'이자 한쪽 팔이 불편한 장애인과 한쪽 발이 없는 장애인의 자활팀워크를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인간승리'다큐멘터리 이다.

386운동권 출신으로 캄보디아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장애인 사랑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나눅스의 정철상 사장, 낮에는 쌀농사 밤에는 사람농사를 짓는 박진혁 신부, 소주폭탄주 제조에 빠진 자우프랑스 청년 자원봉사자 조포아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인터뷰집이기도 하다.

그는 캄보디아로 떠나기 이전에 '염소뿔 묵힌다고 사슴뿔 되더냐' '불멸의 희망-노무현의 가치, 노무현의 정책' '노무현이 우리들과 나누고 싶었던 9가지 이야기'같은 책을 썼다. 노무현이 집권한 뒤 정부에 합류한 '후발 노빠'였지만, 노무현이 떠난 뒤에도 끝까지 그의 곁에 남아 있었다.

그가 뒤늦게 정치판에 뛰어든 목표는 죽은 노무현을 살리는 것이었다.
노무현은 영화 '변호인'으로 부활하고, 대통령 호감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른다. 엉클 죠는 "목표가 이뤄진 마당에 직업으로서 정치를 다시 해야 할 필요성이 있겠어요"라고 반문한다. 그는 이제 노무현을 보내줄 수 있는 사람이 된 듯하다.

저자가 7개월간의 캄보디아 생활을 마치고 찾은 삶의 키워드는 '재미'였다. 그의 재미는 사랑이고 관심이고 나눔이고 봉사라고 했다. 그는 이제 공동체 운동을 하고, 경제학 정치학 신학을 아우르는 주제로 책을 쓰는 데서 재미를 찾고자 한다.

엉클 죠의 인생 3라운드가 에볼라처럼 전염될지, 두려운 걸까 두근거리는 걸까.
"10년만 젊었더라면.."이라는 말을 10년 뒤에도 또 반복할까 두려웠다는 그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두번째 방황이 가르쳐 준 것들-엉클 죠의 캄보디아 인생피정''= 이백만 지음, 메디치, 300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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