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 연료전지, 차세대 에너지 대안 될까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2014.09.0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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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는 신재생에너지


포스코에너지가 서울 상암동에 설치한 연료전지발전소포스코에너지가 서울 상암동에 설치한 연료전지발전소


한국의 연료전지 시장이 뜨겁다. 두산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으면서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포스코에너지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LG도 LG퓨어셀시스템즈코리아를 통해 연료전지 사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연료전지 세계 시장 규모는 1조 7000억원으로 아직은 크지 않다. 그러나 2018년 5조원, 2023년 4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올 만큼 가파른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신재생 의무할당제(RPS) 시행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분산전원 정책에 적합한 발전 설비라는 점,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향상된 것도 연료전지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물 전기분해 원리 역이용한 발전기
연료전지(Fuel Cell)는 일종의 발전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연료를 태운 열로 증기를 만들고 그 힘으로 터빈을 돌리는 발전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물의 전기분해 원리를 역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물에 두 개의 전극을 담그고 전기를 통하게 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해돼 양쪽 전극에 모인다. 반대로 연료전지에서는 천연가스 등 수소를 포함한 연료를 가공해 만든 수소가스를 한쪽 전극에 넣고 다른 전극에 산소가 주성분인 공기를 불어넣으면 물과 함께 전기가 생긴다. 천연가스나 석탄 등 화석연료를 쓰지만 연료를 태우지 않아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다.



터빈이 없으니 소음도 적다. 전기화학 반응을 거쳐 직접 발전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 화력발전의 효율이 35~40%이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태양광 및 풍력의 효율이 25~30%인데 비해 연료전지는 50~60%에 이른다. 반응 과정에서 나오는 배출 열을 이용하면 전체 연료의 7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연료전지의 상용화 노력은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알칼리를 전해질로 쓴 AFC(Alkaline Fuel Cell)로 우주선 등 군사 목적으로 쓰기 위해 개발됐다. 1970년대 들어와 민간 차원에서 처음으로 인산형 연료전지(PAFC; Phosphoric Acid Fuel Cell)가 개발돼 병원, 호텔, 건물 등의 분산형 전원으로 이용됐다. 기술 축적이 많이 이뤄진 상황이며, 미국과 일본에서 실용화 단계에 있다.



1980년대 개발된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 Molten Carbonate Fuel Cell)는 2세대 연료전지로 불린다. ㎿급 대형 발전소, 아파트 단지, 대형 건물의 분산형 전원으로 이용된다. 그러나 섭씨 650도까지 올라가는 작동 온도 때문에 장시간 사용 시 반고체 전해질인 탄산염이 휘발돼 수명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250kW를 상용화했으며, 2㎿급의 성능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에너지가 미국 FCE(Fuel Cell Energy)에서 관련 기술을 도입한 후 단계별로 국산화하고 있다.

MCFC의 수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고체산화물형 연료전지(SOFC; Solid Oxide Fuel Cell)다. 고체 전해질인 세라믹을 사용해 800도까지 견디지만 균열 등 파손의 위험을 줄이는 연구가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가정용, 자동차용으로도 연구하고 있다. 미국의 블룸 에너지(Bloom Energy)가 상용화에 가장 앞서 있다. 국내에서는 미코와 경동나비엔이 1kW급 연료전지 시스템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1990년대에 개발된 4세대 고분자전해질형 연료전지(PEMFC; Polymer Electrolyte Membrane Fuel Cell)는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인 만큼 기술 완성도가 높다. 상용화 및 실용화도 타 연료전지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교육용과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W급 제품부터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급 제품까지 종류가 다양하며, 자동차에도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퓨얼셀파워 등 업체에서 생산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밸러드 파워(Ballard Power) 등이 대표 기업이다. PEMFC는 백금전극의 사용량을 줄여 원가를 낮추는 것이 관건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촉매를 고효율 나노 구조로 만들어서 백금 사용량을 40% 가까이 줄이는 데 성공했다. 1990년대 말 개발된 직접메탄올연료전지(DMFC; Direct Methanol Fuel Cell)는 휴대전화, 노트북, 트레일러 등 이동용 전원으로 쓰이고 있다. PEMFC와 함께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는 분야다.
현대자동차는 울산공장 내 수소연류전지차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투싼iX35'를 양산할 계획이다.현대자동차는 울산공장 내 수소연류전지차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투싼iX35'를 양산할 계획이다.
세계 연료전지 시장 전년 대비 46% 성장
2012년 세계 연료전지 출하량은 4만 5700개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2013년 출하량은 6만 7000개로 전년 대비 46% 성장했다. 2012년의 급성장은 이동전원용(Portable)과 고정형(Stationary)의 시장 확대에 있다. 이동전원용 연료전지는 가전제품 탑재 증가에 따른 것이고, 고정형은 가정용·건물용·대형발전소 등 다양한 응용 분야를 통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연료전지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높은 인구 밀도, 좁은 국토 면적, 님비 현상 등 우리나라 여건에 적합한 에너지원을 찾기란 어렵다. 연료전지는 송전탑이 필요 없는 발전시설로 대도시에도 설치할 수 있고, 소음도 적어 현실에 적합한 대안이 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연료전지 설치 용량은 109㎿로 2012년 3㎿에 비하면 크게 성장했다. 경기도 화성 발안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인 60㎿ 규모 연료전지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설치량이 급증했다. 연간 464GWh의 전력과 1950억 ㎉의 열이 생산되는데 이는 화성시 가정용 전력소모량의 약 70%로, 9만 가구에 해당하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최근에는 경기도 평택시가 세계 최대 규모 360㎿급 연료전지발전소 건설을 발표했다. 1단계로 2016년까지 100㎿급 발전소 건설, 2018년 완공이 목표다. 총 투자비만 2조원이다. 우리나라에 보급되는 연료전지 대부분이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수소를 얻는데 평택은 LNG 인수기지가 인접해 있어 연료 수급에 유리하다. 서울시도 장기 계획으로 총 330㎿ 규모 연료전지 발전소를 신설할 계획이다.

연료전지 분야의 성장이 기대되면서 기업들의 상용화 기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포스코에너지는 미국 퓨얼셀에너지로부터 MCFC 기반 수소연료전지 완제품을 수입·판매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2009년 이후 연료전지 시스템 국산화를 꾸준히 진행해 2011년 BOP((Balance Of Plant, 연료전지에 연료를 공급하고 생산된 전력을 변환하는 장치) 국산화, 2012년 스택(Stack,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에너지를 생성하는 장치) 국산화를 거쳐 올해 셀(Cell) 국산화에 나섰다. 지난해 말 연산 100㎿ 규모 셀 공장 건설에 들어갔으며, 올해 완공이 목표다. 셀 생산이 본격화되면 포스코에너지는 국내 최초로 연료전지 전 공정 국산화를 달성하게 된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가 앞서 있다. 올해 2월 울산공장 내 수소연료전지차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투싼ix35’ 양산 준비를 끝냈다. 이미 해외 시범 보급 사업에 참여했고, 덴마크·스웨덴 등 유럽 국가에서 판매도 시작했다.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을 대상으로 리스 판매를 시작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을 위해서는 수소스테이션이 빠질 수없다. 지난 10월 대구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소스테이션이 들어섰다. 올해 에너지기술개발 중장기 과제로 ‘300N㎥/h급 천연가스 개질 수소스테이션 개발’(제이엔케이히터 주관)이 선정됨에 따라 2016년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스테이션이 세종시에 들어설 예정이다. 스테이션이 준공되면 하루 150대의 연료전지 차량을 충전시킬 수 있다.

주택용 분야에서는 경동나비엔이 연료전지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 7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융합원천 기술개발 사업인 ‘그린홈 연계형 건물용 SOFC 시스템 개발 및 실증’ 연구 과제를 총괄 주관하는 기업으로 선정됐다. 경동네트웍, 미코, H&Power, K-세라셀, LTC 등 기업이 부품 개발 등 세부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147억원이며, 5년간 진행된다.

건물용 SOFC 시스템은 가정용 보일러 대신 발전효율이 높은 고온형 SOFC와 열효율이 높은 콘덴싱 보일러를 통합, 가정 내 전기·온수·난방 에너지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 발전효율 40%, 열 생산 효율까지 합하면 80% 이상 효율을 낼 수 있다. 기존의 연료전지 시스템보다 작고 가정용 보일러와 설치 방법, 장소가 유사해 손쉽게 대체할 수 있어 기존의 보일러 사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도시가스 기업 삼천리는 핵심 연료인 LNG공급사로 발안산업단지 연료전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연료전지 기술별 세부 내용 / 자료=에너지관리공단,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연료전지 기술별 세부 내용 / 자료=에너지관리공단,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경제성 확보가 관건연료전지는 수십 년 전부터 미래의 에너지 기술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동차, 가정, 발전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연구개발비가 투입됐다. 그러나 전기를 만들어 내는 비용은 아직도 비싸다. 연료전지 발전 설치비는 kW당 2010년 1000만원 수준에서 최근 400만원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부담스럽다. 연료전지 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스택’의 가격도 관건이다. 원가 비중의 40%를 차지하는 스택은 10년 사용 시 한 번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원가가 2배 반영된다.

최근 스택 가격은 연간 평균 20% 이상 하락하고 있지만 원가 절감을 위해서는 전극 재료의 저가 소재 개발이 시급하다. 연료인 LNG 가격도 민감한 부분이다. 가격경쟁력이 있는 셰일가스가 국내에 도입되면 LNG 요금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에는 2017년 북미 셰일가스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연료전지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분명한 건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기술 개발 속도도 빠르다는 사실이다. 수십 년간 인류가 꿈꿔 온 연료전지의 미래가 현실이 되는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글=최현숙 기자

▶연료전지 목차
[연료전지] 연료전지, 차세대 에너지 대안 될까
[연료전지] 세계의 에너지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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