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애플 유료앱 1위, '백패커'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2014.09.0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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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력·기술력·마케팅 3박자 조화 덕분


백패커 임직원들백패커 임직원들


한 신생 스타트업의 애플리케이션(앱)이 화제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위한 앱 ‘굿슬립’은 자양강장프로젝트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다양한 자연의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돕는 앱으로, 낮잠을 잘 때는 알파파를 유도해 긴장과 불안을 해소해 주고 밤에는 로 세타파를 유도해 불면증을 없애 준다. 40주 연속 1위를 기록한 ‘굿슬립’은 8월 현재까지 12만 명의 이용자가 앱을 다운로드했다.

유료 앱 시장 성장이 주춤한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모습이다. 모바일 앱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유료 앱 판매 결제는 줄어드는 추세다. 무료 앱 비중이 높아지는 대신 앱을 내려 받은 후 필요한 콘텐츠나 아이템을 사는 형태가 모바일 앱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살아남기 어려운 춘추전국시대와 다름없는 모바일 앱 시장에서 유료 앱 굿슬립이 승승장구한 비결은 뭘까.



백패커가 그동안 개발한 앱만 해도 24개인데 그 가운데 살아남은 건 5개 정도다. 김동환 대표는 “올해 1분기에 지난해 올린 매출을 이미 넘어섰지만 이걸로 회사를 키울 순 없다”고 말한다.
백패커가 개발한 앱백패커가 개발한 앱
80만 유료 다운로드 인기 앱 개발
‘굿슬립’을 개발한 백패커는 2012년 11월 창업해 이제 겨우 3년차에 접어든 새내기 벤처회사다. 앱 개발을 시작한 2012년 이후 8월 중순까지 24개 앱을 출시했으며, 모두 합쳐 8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백패커가 맨 처음 출시한 벨소리 앱은 출시 12시간 만에 국내 앱스토어 유료 부문 전체 1위에 올랐다.

국내뿐만 아니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37개국 앱스토어에서 유료 부문 전체 100위에 드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2월 출시한 ‘푸시 단어장’도 히트쳤다.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푸시(push) 알림 기능으로 영어 단어를 익힐 수 있는 이 앱은 꾸준히 앱스토어 상위권에 머물렀다. 비슷비슷한 앱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처럼 성과를 올릴 수 있게 된 건 기획의 힘이 크다. 백패커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앱의 특성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김동환 백패커 대표는 “대부분 외국어 공부 앱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실행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실제로 앱을 켜서 20~30분 공부하는 건 쉽지 않다. 카카오톡 메시지처럼 푸시 알람 형태는 어떨까 생각했다. 카톡처럼 잠시 화면을 보고 단어를 암기하는 식인데 별도로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앱스토어를 주 타깃으로 삼은 개발 전략도 맞아떨어졌다. 안드로이드 이용자 수가 애플 앱스토어보다 많긴 하지만 안드로이드 유료 앱 시장은 게임이 장악하고 있다. 일반 앱으로는 공략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유료 앱 결제 비중이 높은 앱스토어를 공략했다.

기획력과 마케팅만 뛰어나다고 해서 앱의 인기를 끌 순 없다. 김 대표는 기술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우리가 개발한 유료 앱들은 무료 앱과도 경쟁해야 한다. 같은 기능이라도 얼마나 편하게 쓸 수 있게 하느냐가 기술력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UI와 UX를 신경 써서 제작하는데 이용자 행태를 분석해 어느 버튼을 가장 많이 누르는지 등 사용 빈도를 살핀다. 숨겨둔 기능인데 실행이 많으면 다음 서비스 업데이트 때 반영한다. 댓글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도 고민해서 만든다.”
김동환 대표가  사진정리 앱을 설명하고 있다김동환 대표가 사진정리 앱을 설명하고 있다
수공예 거래 플랫폼도 기획
그동안 앱 개발로 올린 수익은 ‘진짜 장사’를 위한 밑천이다. 스타트업 창업 지원을 받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었지만 백패커는 정면 돌파 중이다. 정부 지원이나 벤처 투자를 섣불리 받았을 경우 6개월~1년에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김 대표는 자금 압박에 시달리느니 시간이 오래 걸려도 자력으로 회사를 일으키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장기적 차원에서 그는 새로운 거래 플랫폼을 기획하고 있다. 지금은 잘나가는 앱의 제작사지만 앱 개발만으로 회사를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백패커가 그동안 개발한 앱만 해도 24개다. 살아남은 건 5개 정도다. 올해 1분기에 지난해 올린 매출을 이미 넘어섰지만 이걸로 회사를 키울 순 없다. 한 번 다운로드하면 평생 공짜인 앱 개발로는 수익모델을 지속해서 만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핸드메이드 제품 거래 플랫폼을 꿈꾼다. 아이디어스닷미(idus.me)가 그것이다.

아이디어스닷미는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물건을 만들어서 팔 수 있는 수공예 온라인 장터다. 길거리 가판이나 프리마켓 같은 오프라인 장터에서 열악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아 판매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홍대 프리마켓이나 핸드메이드 박람회가 열리는 날이면 발품을 팔며 작가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들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은 170명이 아이디어스닷미에 등록돼 있다.
“북미(ETSY·엣시) 지역에선 수공예 제품 거래 시장 규모가 1400억원 정도로 알고 있어요. 최근 서울시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여성 창업에 적합한 업종이고, 1인 창업도 쉽기 때문이죠. 서울시에서 지원받는 작가 10명 정도가 저희 아이디어스닷미에 등록해 제품을 팔고 있습니다.”

글=조은아 기자 사진=송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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