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5조 퇴직연금 증시 등판···증시에 대형 호재"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4.08.2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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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단기적으로 10조원 증시 유입 가능"...증권주 최대 수혜주

"87.5조 퇴직연금 증시 등판···증시에 대형 호재"


"주식시장에는 단언컨대 대형 호재입니다."

최광욱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전무는 27일 정부가 내놓은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이같이 평가했다. 풍부한 유동성을 지닌 퇴직연금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올 경우 증시 활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최 전무는 "퇴직연금은 장기투자 자금인데다 시기별로 규칙적으로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며 "배당성향이 우수한 기업들의 재평가가 기대되면서 2004년 적립식펀드 도입 이후 국내 기업 주가가 한 단계 레벨업됐던 것과 유사한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세종청사에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퇴직연금의 단계적 의무화를 통한 가입 사업장의 확대 △퇴직연금 적립금의 자산운용 규제 완화 △개별 기업이 기금 운용상의 결정권을 갖는 퇴직연금 펀드 허용 △확정기여(DC)형 IRP(개인퇴직연금 계좌)에 대해 일반 금융상품과 별개로 예금자 보호 한도를 적용한 것 등이다.

◇"증시에 단기적으로 10조원 유입 기대"=이번 대책안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퇴직연금 적립금의 자산운용 규제를 과감하게 푼 점이다.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총 위험자산 보유한도가 기존 40%에서 70%로 상향돼 주식 비중을 최대 70%까지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또 주식, 채권 등 개별 위험자산별 보유한도도 폐지해 탄력적인 자산운용이 가능하게 됐다. 주식 등 비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의 장기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 투자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김중원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퇴직연금의 주식 투자 확대는 단기적 효과뿐만 아니라 매달 상당 규모의 자금이 지속적으로 주식시장에 유입된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퇴직연금 제도 개선 등 정책 모멘텀에 힘입어 코스피 박스권은 2050~2100선으로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3월 기준 총 87조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퇴직연금 자산 중에서는 단기적으로 약 10조원이 주식시장으로 추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주가 지수는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고 지수 상단을 한 단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퇴직연금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이하(SK증권 분석)로 추정되고 있다.

퇴직연금의 수급권 보호를 위해 DC형과 IRP에 예금자 보호한도 5000만원을 적용한 것도 퇴직연금 자산의 주식시장 유입을 지원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예금 등 일반 금융상품과 퇴직연금을 합산해 금융회사별로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적용했으나 이제는 일반 금융상품 5000만원과 별도로 퇴직연금에도 5000만원 한도의 예금자 보호를 적용하기로 했다.


◇증권株가 최대 수혜=정부 정책 발표와 동시에 증권주는 급등으로 화답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교보증권 (5,020원 0.00%)은 전일대비 14.49% 오른 1만22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SK증권 (599원 ▲2 +0.34%)이 10.25% 급등했으며 대신증권 (15,880원 ▲310 +1.99%)도 7%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우리투자증권 (12,700원 ▲270 +2.17%), 신영증권 (68,100원 ▼300 -0.44%), HMC투자증권 (9,000원 ▲180 +2.04%), 삼성증권 (39,400원 ▲1,550 +4.10%), 현대증권 (7,370원 ▲10 +0.1%) 등도 줄줄이 강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적연금 활성화 정책이 증권주 전반에 공통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을 활성화하기 위해 1980년대 도입한 401K가 주식투자의 저변을 확대한 것처럼 이번 대책이 한국 증권업 및 증권·자산운용업에 단비가 될 거란 분석이다.

증권주 중에서는 퇴직연금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가 높은 증권사와 퇴직연금 주요 운용사를 둔 증권사가 최대 수혜를 볼 전망이다. 퇴직연금 사업자로 각광받을 곳으로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이, 자회사인 운용사의 자산운용 경쟁력이 뛰어난 곳으로는 한국금융지주 (69,800원 ▲1,500 +2.20%)와 신영증권이 꼽히고 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속되는 규제완화 정책이 증권업의 환경 변화와 더불어 주식투자의 저변을 확대할 것"이라며 "이번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은 퇴직연금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가 높은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의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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