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빈곤율 최고…'퇴직연금'으로 노후안전판 만든다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2014.08.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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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연금 활성화 방안…퇴직연금 의무화, 개인·기업의 책임·부담 해소책도 필요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정부의 고민은 ‘노후 준비 부족’에서 출발한다. 고령화 추세 속 현재 흐름대로라면 노후 생활이 막막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66세 이상 인구중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비율)은 48.5%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6%)을 크게 웃돈다. 가계 저축률은 낮고 가계 자산은 대부분 실물자산에 몰려 있다. 가계 자산중 금융자산 비중은 24.9%로 미국(68.5%) 일본(59.1%)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노후 소득을 만들어낼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있지만 평균 가입기간이 8.1년에 불과하고 소득 대체율도 40년 가입 기준 4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이 채워져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사적연금 시장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퇴직연금 도입률은 16% 수준인데다 영세·중소기업의 관심은 더 떨어진다. 보수적 운용, 획일적 상품 등으로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떨어진다. 정부가 퇴직연금을 중심으로 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만든 이유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스스로 노후소득을 준비할 수 있도록 연금의 가입, 운용, 수령 등의 저단계에 걸쳐 법과 제도, 금융, 세제를 아우르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퇴직연금에 방점을 찍었다. 퇴직연금을 의무화해 노후 소득의 중요 수단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의미다. 2016년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2년엔 전 사업장으로 확대한다. 퇴직금 대신 퇴직연금의 구조로 전환, 노후의 안정적 소득원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신설사업장이 1년 내에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으면 과태료 등 벌칙을 부과한다. 30인 이하 영세사업장을 대상으로는 퇴직연금기금제도를 도입하고 사업주에겐 재정지원도 한다.

운용측면의 규제도 풀어준다. 보수적 운용의 틀을 벗어나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총 위험자산보유한도를 확정급여형(DB)과 같이 40%에서 70%로 올리는 게 대표적이다. 현행 50%인 퇴직연금 사업자의 자사상품 비중을 올해말까지 30%로 내린 뒤 내년 7월까지 0%로 만든다. 단일 기업형 기금형태도 도입한다. 이밖에도 퇴직연금 등의 장기 보유 유도 등의 방안도 담았다.

방향은 나쁘지 않다. 늦었지만 노후 준비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 노력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재부 관계자는 “노후 불안이 소비의 발목을 잡을 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잠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독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공적연금(국민연금)과 사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구조 속 퇴직연금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린 데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이나 개인이 정부 정책을 따를 만한 역량을 갖췄는지가 미지수다.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들이 2~3년 내 퇴직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관리 감독 등 운용비용의 부담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자산운용 규제 완화 등으로 자율성이 커진 만큼 책임질 부분도 늘어난다. 높은 수익률을 바란다는 것은 손실에 대한 감수도 인정해야 한다. 기업의 규모와 역량에 따라 퇴직연금 수익률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제도 개편은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것”이라며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근로자, 중소기업 등에 대한 세부 지원방안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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