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66세 이상 인구중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비율)은 48.5%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6%)을 크게 웃돈다. 가계 저축률은 낮고 가계 자산은 대부분 실물자산에 몰려 있다. 가계 자산중 금융자산 비중은 24.9%로 미국(68.5%) 일본(59.1%)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노후 소득을 만들어낼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사적연금 시장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퇴직연금 도입률은 16% 수준인데다 영세·중소기업의 관심은 더 떨어진다. 보수적 운용, 획일적 상품 등으로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떨어진다. 정부가 퇴직연금을 중심으로 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만든 이유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스스로 노후소득을 준비할 수 있도록 연금의 가입, 운용, 수령 등의 저단계에 걸쳐 법과 제도, 금융, 세제를 아우르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운용측면의 규제도 풀어준다. 보수적 운용의 틀을 벗어나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총 위험자산보유한도를 확정급여형(DB)과 같이 40%에서 70%로 올리는 게 대표적이다. 현행 50%인 퇴직연금 사업자의 자사상품 비중을 올해말까지 30%로 내린 뒤 내년 7월까지 0%로 만든다. 단일 기업형 기금형태도 도입한다. 이밖에도 퇴직연금 등의 장기 보유 유도 등의 방안도 담았다.
방향은 나쁘지 않다. 늦었지만 노후 준비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 노력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재부 관계자는 “노후 불안이 소비의 발목을 잡을 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잠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독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공적연금(국민연금)과 사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구조 속 퇴직연금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린 데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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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리나라 기업이나 개인이 정부 정책을 따를 만한 역량을 갖췄는지가 미지수다.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들이 2~3년 내 퇴직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관리 감독 등 운용비용의 부담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자산운용 규제 완화 등으로 자율성이 커진 만큼 책임질 부분도 늘어난다. 높은 수익률을 바란다는 것은 손실에 대한 감수도 인정해야 한다. 기업의 규모와 역량에 따라 퇴직연금 수익률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제도 개편은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것”이라며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근로자, 중소기업 등에 대한 세부 지원방안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