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 타는 남, '미니' 타는 여···보험사 울리는 '블랙리스트'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4.08.28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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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모델별 차보험 손해율은? 푸조가 1위...보험사 꺼리는 차는 '토요타 캠리'

#.국내 대학교 여교수로 재직 중인 K씨는 지난해 구입한 외제차 '미니'에 대해 자차(자기차량손해담보, 자동차보험의 한 종류)보험을 가입하기로 했다. 수백만원대의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그동안 보험 가입을 꺼렸는데, 최근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지인이 차사고로 거액의 수리비가 나갔단 소식을 들어서다.

그런데 보험가입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보험사 직원이 직접 찾아와 혹시 사고 차량이 아닌지 차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는 가하면, 여성 운전자라고 우대를 받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홀대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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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에게 외제차는 '계륵'(버리기는 아깝지만 그다지 쓸모가 없는 것) 같은 존재다. 살짝 긁히기만 해도 수십만원의 수리비가 보험금으로 나가고 보험사기의 80%가 외제차에서 발생하는 탓이다.

실제로 외제차 차량 모델별로 자동차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을 분석해 보니 대부분 100%를 넘겼다. 일부 모델은 평균치의 2배나 됐다. 국산차도 모델별로 손해율이 제각각이었다. 손해율이 높은 모델의 경우 그만큼 보험료가 더 비싸기 때문에 차량 구입 시점부터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전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분석한 결과(자차보험 기준), 외제차 평균 손해율이 106.1%로 국산차(63.8%)를 훌쩍 넘어섰다. 손해율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뜻하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보험사 수익성은 안 좋아진다. 보험사들은 77%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차량 모델별로 살펴보면 외제차의 경우 프랑스차 푸조(176%)가 가장 높았다. 또 재규어(172%), 포드(169%), 크라이슬러(154%) 손해율도 평균치를 크게 웃돌아 보험사에게 골칫거리다. 반면 외제차 중에서 비교적 대중성이 있는 BMW 5시리즈(106%), 벤츠 S클래스(88%) 등은 손해율이 높지 않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BMW와 벤츠는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외제차라서 수리비 가격이 시장에서 평준화 된 측면이 있다"면서 "반면 푸조 등 일부 유럽차는 부품 구하기가 어렵고, 수입차 딜러도 많지 않아서 수리비가 많이 나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외제차는 어떤 모델일까. 정답은 일본차인 '토요타 캠리'와 유럽차인 '미니'다. 이들 외제차는 손해율이 각각 141%, 106%다. 캠리의 경우 웬만한 고급 국산차와 가격대가 비슷해 30대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다. 미니는 여성 운전자들이 선호한다.

'캠리' 타는 남, '미니' 타는 여···보험사 울리는 '블랙리스트'
보험업계 관계자는 "같은 모델이라도 어떤 연령대가 타느냐에 따라 손해율이 달라지는데 캠리의 경우 젊은 층이 많이 타기 때문에 운전을 거칠게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또 여성운전자는 '잔사고'가 많아서 외제차를 운전할 경우 보험사에겐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동일한 모델이라도 성별과 연령에 따라 손해율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는 것.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사고이력'을 꼼꼼하게 따진다.

'캠리' 타는 남, '미니' 타는 여···보험사 울리는 '블랙리스트'
국산차의 경우 현대차 모델인 아반떼(MD)의 손해율이 72.1%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고, 그랜져HG와 모닝도 각각 65.3%, 61.7%로 손해율이 좋지 않았다. 대표적인 양카(보험업계 은어로 '양아치들이 타는 차'의 준말, 운전태도가 불량한 차량)로 꼽히는 기아차의 K5는 61.4%에 달했다. 반면 싼타페(54.9%), YF쏘나타(55.7%), 제네시스(52.3%)는 양호했다.

국산차와 외산차 손해율이 크게 벌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차 수리비와 렌트비가 달라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제차 평균 수리비(자차, 대물)는 국산차 대비 2.9배 많고, 차 사고로 대차(렌트)를 할 겨우 렌트비는 외제차가 국산차 보다 3.3배가 많았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자동차 모델별로 보험료를 아예 다르게 책정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운전자의 경우 차량 구입 시점부터 모델별 손해율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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