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또 다시 불거진 軍가혹행위, 축소수사 의혹도 여전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14.08.27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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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대말에 서툴다'며 잠도 재우지 않고 괴롭혀…중대장은 감봉 1개월 처벌에 그쳐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윤일병과 또 다른 모든 윤일병들을 위한 추모제'에서 군대에서 의문사한 장병들의 유가족들이 얼마전 군대 내 가혹행위로 숨진 윤 일병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윤일병과 또 다른 모든 윤일병들을 위한 추모제'에서 군대에서 의문사한 장병들의 유가족들이 얼마전 군대 내 가혹행위로 숨진 윤 일병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28사단에서 숨진 윤 일병의 부대 내 비인간적인 가혹행위가 드러난 가운데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 일병(21)의 부대에서도 이른바 '내림 갈굼' 등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6일 머니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김 일병 자살 사건에 대한 군 헌병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선임인 A모 일병은 지난 1월부터 김 일병이 숨지기 전까지 부대 작업에 익숙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욕설을 하고 작업을 열외시키는 이른바 '왕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5월12일자 본지 '"엄마 데리러 와" 육군 일병, 휴가 앞두고 부대서 숨져…왜?' 참조】



A일병은 또 김 일병이 계급에 따라 상대높임을 하는 어법인 '압존법'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선임 빨래 위에 모포를 올려놓았다며 취침시간에 잠을 재우지 않고 욕설을 한 혐의도 받았다.

이는 선임이 후임에게 가혹행위를 하는 일명 '내림 갈굼'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내림 갈굼'은 선임이 후임들에 더 계급을 낮은 후임들을 집합시켜 교육하도록 지시하는 것. 김 일병 뿐 아니라 동기들도 함께 욕설과 얼차려 등 군기 교육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이 해당 부대원들에 대해 사법처리 과정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해당 부대 검찰부가 청구한 A일병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더욱이 A일병에게 '내림 갈굼'을 지시하고 왕따에 가담한 김 일병의 선후임 18명은 형사처벌이 아닌 영창 10일 혹은 휴가제한 등의 자체 징계를 받았다.

또 해당 부대 중대장은 김 일병에 대한 지휘 감독을 소홀했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해당 부대 소대장과 행정보급관은 근신 10일의 처분에 그쳤다.


이에 군 관계자는 "군에서는 오로지 법리적 판단에 의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 일병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고 부모님이 직접 찾아와 선처를 해달라고 호소했다"고 덧붙였다.

유가족은 "수사결과가 7월23일에 나왔음에도 업무상 바쁘다는 이유로 1달 넘게 유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사건을 유야무야하고 시간을 보내다 유가족들이 손 쓸 틈을 주지 않으려 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말했다.

이어 "범죄를 저질러놓고 부탁을 하면 선처가 가능한가"라며 "내가 부탁을 할테니 우리 아이를 살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한 군부대 소속 김 일병은 지난 5월11일 오후 4시쯤 부대 작업에 불성실하다는 이유로 선임에게서 폭언을 들은 뒤 부대 뒤 산기슭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군 당국은 김 일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 일병의 유가족은 "(김 일병이) 지난 10일 이번 주말 휴가 때 부대로 데리러 오라고 어머니와 통화했다"며 "어머니와 통화한 바로 다음날 자살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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