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한진섭이 '행복한 조각'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가나아트센터 전시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언주 기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느새 히죽히죽 웃음이 난다. 고개를 갸우뚱한 채 낮잠 자는 아기 같기도 하고, 입을 삐죽 내민 물고기 같기도 한 재밌는 표정의 조각은 보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전시작품을 다 보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자 조각가 한진섭씨(58)는 "제가 행복하거든요"라며 이같이 말한다. 그러고 보니 작품 구석구석 한 작가의 외모와 성격이 엿보인다. 주로 눈은 작고 흐뭇한 미소를 띠고, 해학과 재치가 넘친다.
돌은 오랜 세월 생존의 도구이자 건축 재료, 예술의 재료로 사용되면서 인간에게 친숙한 재료다. 그 친숙함이 전시회 관람객들에게 '와락' 달려드는 느낌이다.
한진섭 'VESPA 나들이' 40x83x65cm, 대리석, 2008 /사진=이언주 기자
작가의 정겨운 설명과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면 '돌맛이 이런 건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2층 전시실에 올라가면 새로운 맛이 펼쳐진다. 헬리콥터를 탄 호랑이, 용변 보는 하마, 스쿠터 탄 소, 벽에 매달린 호랑이 등 귀엽고 아기자기한 동물들은 마치 이솝우화에서 튀어나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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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게 뭐겠어요? 결국은 잘 먹고 잘 싸는 것부터 시작 아니겠어요? 허허. 제가 용변 보는 아이나 동물을 만드는 이유도 그래요. 재밌기도 하고요. 관람객들이 제 작품 보면서 그렇게 한 번 웃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그밖에 신작 '붙이는 석조'를 선보인다. 돌을 쪼아내서 작업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돌 조각을 모자이크처럼 붙여 만든 것으로, 숫자를 형성한 작품을 내놨다. 대형 식탁이나 커다란 벤치로 사용하도록 만든 '5, 마이 갓'이란 작품은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온 친근한 예술을 느끼게 한다.
전시는 다음달 17일까지.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문의 (02)720-1020.
한진섭 '세 얼굴' 28x32x64cm, 대리석, 2014 - 하나의 작품이지만 보는 방향에 따라 3가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이언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