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방자치단체 쇼핑몰 MOU만 남발 말라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14.08.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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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지방자치단체 쇼핑몰 MOU만 남발 말라


"선거 때만 되면 지역구에 쇼핑몰을 유치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기업들이 출점 여부만 결정해주면 지자체가 인허가 문제는 다 풀어 줄 것처럼 얘기하지요. 하지만 막상 업무협약을 맺고 쇼핑몰 추진을 발표하고 나면 그 때부터는 지자체의 표정이 싹 바뀝니다. 인허가를 도와주기는 커녕 동네상권을 침해한다며 되레 '공공의 적' 취급을 하는 거죠."

최근 지방에 대규모 아울렛을 출점하려다가 인허가 문제로 사업을 포기한 국내 한 유통업체 임원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이 업체는 실제 수년전부터 전국 10곳 이상의 지자체와 투자협약을 맺었지만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단 2곳에 그친다. 그마저도 공사는 모두 끝났지만 지역 상인들의 반발로 출점시기를 잡지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다.



나머지 사업지는 업무협약만 맺었을 뿐 대부분 인허가에 발목이 잡혀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인허가 문제 때문에 대형 투자를 보류한 사업장은 전국적으로 수십 곳에 달한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신세계그룹이 대전에서 추진하던 구봉지구 유니온스퀘어 사업이 사실상 좌초됐고, 롯데그룹이 추진하던 유성복합터미널 개발사업도 중단된 상태다. 이들 사업은 당초 지자체가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약속했지만 해제가 불발로 그치며 사업 자체가 공중분해 됐다.



국내 백화점 고위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하도 쇼핑몰 건립을 해달라고 통사정을 해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 실사를 했더니 부지 소유권 문제가 하도 복잡하게 얽혀있어 도저히 사업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결국 지자체장에게 쇼핑몰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런 대형 투자를 유치했다'는 자화자찬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자체장들이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행보는 가뜩이나 힘든 유통업계에 사업의지만 꺾을 뿐이다. 투자유치 과정에서 불거지는 특혜논란 같은 소모적 논쟁도 이제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

무엇보다 지역경제 활성화 운운하며 제대로 된 인허가의 청사진도 없이 무턱대고 기업들을 찾아가 투자를 강요하는 지자체 행태부터 바뀌어야 한다. 유통업체들도 지자체의 선심성 행정에 기대기보다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로 투자를 발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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