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2주에 550만원…"공공의료 흡수해야"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14.09.03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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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법규 사각지대 산후조리원②]가격공시·공공조리원 설립 등 관련법안 '계류'

산후조리원 2주에 550만원…"공공의료 흡수해야"


산후조리원은 공공의료 영역일까, 아니면 민간의료 영역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의료업'도 아닐 뿐더러 '공공 부문'도 아니다.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상 '개인서비스업'이자, 정부에 신고만 하면 사업을 할 수 있는 '민간사업' 영역이다.

산후조리원을 공공영역에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천차만별'인 이용요금에 대한 정부 기준을 만들고, 감염 등 안전사고 예방에도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 급격한 핵가족화로 가정에서 산후조리를 하기 어려워지면서 조리원은 모든 임산부들이 이용해야할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 산후조리원 '부르는게 값'…정부 인식, 임산부 현실과 '괴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산후조리원(일반실 2주)은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미래와 희망' '청담베네크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라크렘산후조리원'으로 이용금액이 550만원에 달했다.



임신 23주차인 임산부 이모씨(31)는 "집에서 가까운 조리원 5곳을 둘러봤는데 모두 250만원을 넘었다"면서 "그렇다고 비좁은 집에서 몸조리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난다. 출산준비 등 지금까지 쓴 돈이 많아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사실상 산후조리원 요금은 '부르는게 값'이다. 식사 메뉴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요가·마사지 등을 추가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가격을 규제하는 별도의 법적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많은 조리원이 홈페이지에 이용요금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물론 가격인하를 위한 정부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1월, 모든 산후조리원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산후조리원 가격이 6~7%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하락 효과는 미미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산후조리원이 "가격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엄연한 민간시장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나서서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설사 의료업이라고 해도 가격을 규제할 수 있는건 아니다. 공공산후조리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상당한 재정이 수반되는 정책"이라며 "이용요금 규제나 공공조리원 확충 보다는 감염사고를 예방하는 쪽에 정부 대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1개 공공 산후조리원을 짓는데 드는 예산은 80억원으로 추산된다. 서울 24개구에 조리원을 하나씩만 건립해도 192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후조리원 수는 557개로 시장규모만 약 3500억원에 이른다. 여성들은 저출산 원인 1위로 여전히 '경제적 부담'을 꼽는다.(2011년 서울시 통계)

◇"가격공개 추진해야"…국회서 표류하는 '모자보건법'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산후조리원 가격인하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실제로 공공산후조리원을 설립하거나 '가격 공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수십건이 발의됐지만, 주요 법안에 밀려 해당 상임위에 계류됐거나 상정조차 안 된 상태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조리원 이용요금을) 적정수준으로 유도하기 위해 개별 서비스의 이용요금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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