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가스공사…영구EB 투자유치

머니투데이 유다정 기자 2014.08.21 05:31
글자크기

자사주 활용한 국내 첫 신종자본 조달기법…공공기관 중간평가 전 자본확충

한국가스공사 (27,500원 ▲150 +0.55%)가 자사주를 활용한 신종자본증권인 영구 EB(교환사채)를 발행해 31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하는데 성공했다. 공공기관에 대한 부채비율 중간평가를 앞두고 새로운 금융조달 상품을 활용해 자본력을 높이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EB는 발행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채권을 말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3100억원 규모의 영구 EB 투자자 모집을 완료하고 자금 납입을 앞두고 있다. 우리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대표주관사, 대우증권과 삼성증권이 공동주관사로 참여해 가스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해왔다.



가스공사는 오는 9월로 예정된 공공기관 중간평가 전에 부채비율을 낮추려 국내 증권사들과 접촉해 자금 조달을 고민해왔다. 공사는 467만5760주의 보유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안을 원했고 증권사들은 고민 끝에 국내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영구 EB라는 상품을 제안했다. 일반 EB을 발행하면 부채비율이 상승하지만 EB의 만기를 늘리고 발행사가 이자 지급을 유예하거나 만기 때 상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등의 조건을 붙인 영구 EB로 만들면 조달금이 자본으로 인정된다.

영구 EB는 금리가 일반 EB보다 높지만 회사채보다는 낮은 편이어서 고금리 자본조달을 막아온 감사원의 제재도 받지 않았다. 가스공사는 영구 EB와 함께 4500억원 규모의 영구채권 발행도 시도했지만 감사원은 이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명분으로 사실상 조달을 막고 있다. 영구채는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가 1%포인트 가량 높기 때문에 고금리 자금 조달에 따른 문제점은 없는지 사전감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영구 EB 발행도 순탄치 않았다. 앞선 사례가 없어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회계 검토를 거쳐야 했다. 가스공사 주가가 하락하면서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가스공사와 주관사단은 다양한 기관투자자들을 끌어들여 발행에 성공했다.

국내 첫 영구 EB가 발행됐지만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증권사들은 "신용도가 높고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있는 공기업들이 관심을 보이지만 교환 가능한 상장주식이나 자사주를 보유한 공기업이 많지 않아 영구 EB 발행시장이 확대되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