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트코인으로 마약도 '해외직구'…"통과율 98%?"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14.08.18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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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활용한 불법 마약구매대행 사이트 버젓이 운영

#직장인 전모씨(26)는 최근 친구들과의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을 통해 해외마약구매를 대행하는 K사이트를 알게 됐다.
사이트에서는 대마, 필로폰, ‘물뽕(GHB)’, 코카인, 엑스터시 등 국내에선 유통이 금지된 마약들을 버젓이 팔고 있었다. 이 사이트는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사이트는 추적을 피하고 익명성을 보장받고 싶으면 비트코인을 이용하라고 추천했다.

마약에서까지 ‘해외직구’붐이 불고 있다. 실제로 여러 마약구매대행 사이트들은 버젓이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관세청의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익명성이 강한 비트코인이 활용되고 있다.



/불법 마약해외직구 사이트/불법 마약해외직구 사이트


◇“마약은 불법입니다”→‘마켓 바로가기’

“저희는 미국, 캐나다 등 각지에서 구한 최고의 약들을 고객의 집까지 안전하게 보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씨가 알게 된 K사이트는 ‘OO약국’이라는 이름을 걸고 버젓이 마약류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 사이트는 고객신원의 익명성, 제품의 퀄리티, 서비스를 보장한다고 장담했다.

이 사이트는 세관 통과율 98%에 달하는 패키징 기술을 갖고 있다고 홍보했다. 자신들만의 비법을 활용해 진공포장하고, 비즈니스 우편으로 위장 배송된다는 설명이다. 사이트 관계자는 “엑스레이는 물론 냄새까지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마약류를 직접 구매하는 카테고리인 ‘마켓’을 클릭하자, 붉은색의 ‘마약은 불법입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단속망을 비웃듯, 문구의 바로 아래에는 대마, 필로폰, GHB 물뽕, 코카인, 엑스터시 등 각각의 상품을 안내하는 링크가 걸려 있었다.


‘파인애플 익스프레스’, ‘스카이 트레인’ 등 대마류의 가격은 10그램에 30만~55만원 수준. 필로폰은 1그램에 32만원, 순수 코카인은 1그램에 28만원 등 불법마약들의 사진과 가격이 각각 안내돼 있었다.

◇기본결제시스템은 비트코인, 익명성 보장에 음성거래 활개
기자와 구매자가 주고받은 이메일기자와 구매자가 주고받은 이메일
구매는 100% 이메일을 통해 이뤄진다. 이메일을 통해 판매자와 연락이 닿았다. 판매자는 “구매신청은 이메일로 주면 된다”며 “주문하게 되면 안전하게 패키징 후 댁으로 직배송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구매자는 비트코인 또는 가상계좌를 통해 결제한다. 판매자는 “가상계좌로 해도 최대한 안전하게 해주지만, 비트코인이 훨씬 안전하다”며 비트코인을 이용한 결제를 유도했다. 가상계좌를 이용할 경우 결제대금의 10%가 수수료로 추가된다.

판매자는 “대부분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진행된다”며 “이 사이트는 암호화된 드라이브에 고객정보를 저장하고, 고객과 주고받은 이메일 기록들도 매일 지운다”고 말했다. 그는 “구매 시에 가명을 써도 무방하다”며 익명성을 강조했다.

비트코인은 온라인뱅킹처럼 전자지갑에 저장한다. 그런데 전자지갑을 만들 때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상을 전혀 노출하지 않고도 비트코인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익명성으로 인해 미성년자의 불법 마약류 거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로 비트코인을 사용해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마약을 밀수하다 공항에서 적발된 고등학생의 사례도 있다.



◇불법 마약직구사이트 ‘우후죽순’.. “일일이 단속 어려워”

관세청은 올 상반기 동안 총 153건, 51.8kg, 시가 1195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적발했다. 올해에만 불법 마약거래사이트 14곳에 대한 인터넷사이트 접속 차단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했다. 모두 적발된 구매자가 이용한 사이트를 사후 단속한 것이다.

불법 구매대행 사이트의 대부분은 서버를 헝가리와 폴란드 등 단속의 손길이 닿지 않는 국가에 두고 있어 단속이 어렵다는 것이 관세청 측의 설명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사이트를 폐쇄할 경우, 다른 도메인주소로 옮겨 다녀서 해외사이트는 단속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세관통과율 98%라는 말은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며 “아무리 진공포장을 하더라도 미세분말 등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탐지하는 기계도 있다“고 말했다. 또 비트코인을 활용해 익명성이 보장되더라도, 배송 과정에서 적발할 수 있기 때문에 마약 구매의 유혹에 빠져 들었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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