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의 목소리', 교황의 메시지 분석해보니…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이원광 기자 2014.08.1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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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일반인·전문가 평가 "낮고 차분하지만 힘과 절도 느껴져"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낮고 차분하지만 힘과 절도가 배어있는 '목소리'로 5만 관객을 감동시켰다. /사진=공동취재단<br>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낮고 차분하지만 힘과 절도가 배어있는 '목소리'로 5만 관객을 감동시켰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첫 집전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는 거룩하고 숭고한 의식의 결정체였다. 이 의식이 성스럽게 이뤄진 배경에는 교황의 ‘목소리’가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의 목소리 톤은 낮고 부드러웠으며, 어조는 세지 않으면서 세련된 기풍이 배어있었다. ‘ㄲ, ㄸ, ㅃ, ㄸ’ 등이 많이 들어간 된소리 언어인 이탈리어를 집전 내내 사용하면서도 그 소리가 주는 메시지는 격하지 않고, 되레 ‘천사의 합창’처럼 나풀거리며 대중의 귀에 안착했다는 게 교황의 소리를 직접 들은 이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날 교황의 목소리는 다소 높은 톤의 딱딱한 어조로 메시지를 전한 다른 주교나 신부들과는 사뭇 달랐다. 느리게 기어가는 거북이같은 움직임속에서도 단단하고 강직한 톤이 은연중에 배어있었다는 평이다. 이날 2시간 가량 이어진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지켜본 일반인과 전문가의 평가로 교황의 목소리 색깔과 의미를 분석했다.

◇ 일반인들, “약자 보듬는 듯한 차분한 말투 인상적”



직장인 하모(여·27)씨는 “되레 차분하고 검소한 말투가 약자를 보듬는 교황의 메시지와 잘 어울렸다”며 “이탈리아로 하는 메시지가 무슨 뜻인지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느낌이나 정서상으로는 충분히 감동받을 만한 톤이었다”고 했다.

교황의 미사는 권위적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이들도 5만 관객을 소리 없이 이끄는 교황의 목소리는 남달랐다고 전했다. 자영업자 이모(58)씨는 “권위적일 것 같은 교황이 보통사람처럼 말하는 게 기존에 생각하던 교황의 모습과 많이 달랐다”며 “옆집 할아버지와 편안히 대화하는 듯했다. 권위적인 모습을 기대하는 시선을 (교황이) 오히려 더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대학생 오모(여·24)씨는 “우리나라 미사 보면 가끔 웅변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가르치려는 듯한 분위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며 “교황의 차분한 목소리에는 힘과 절도가 느껴져 메시지의 울림이 더 크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 음성 분석 전문가 조동욱 충북대 교수가 본 교황의 목소리톤은

조동욱(전자정보계열) 충북대 교수. /사진제공=뉴스1<br>
 조동욱(전자정보계열) 충북대 교수. /사진제공=뉴스1
음석 분석 전문가인 조동욱 충북대 교수는 교황 목소리의 톤이 차분하지만 일반인에게 공감대을 호소하는 이유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우선 말의 간격이 길다. 조 교수는 이날 집전에서 교황의 목소리 톤이 평소 다른 미사와 비교했을 때보다 인터벌(간격)이 길다고 분석했다. 성대의 떨림 수치와 말하는 속도를 낮췄는데, 한 단어를 말하고 다음 단어를 말하는 데까지 시간이 길어졌다. 이는 다른 사람의 슬픔과 어려움을 공감하고 함께 하려고 할 때 나타나는 것이다.

조 교수는 "장례식장에서 쉼 없이 말하지 않고 천천히 말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교황은 연설하는 식으로 말하지 않고, 소곤소곤 대화하듯 말한다"며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없애고 공감하려는 의미가 담겨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요 단어의 강세(accent)가 앞에 있는 것도 이날 교황 메시지의 울림이 깊은 이유다. 조 교수는 "액센트가 앞에 있으면 의지가 강하고 지도자의 이미지를 준다. 적절한 쉼표(pause)와 액센트로 음성의 전달력을 높였다"며 "목소리가 작고 느리지만 귀에 쏙쏙 들어오는 미사를 집전했다"고 밝혔다.

음성의 호소력이 남달랐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조 교수는 "발음이 어눌해도 끌리는 사람이 있다. 이는 진심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를테면 싸이렌 소리는 사람에게 듣기 싫은 소리로 자극하는 반면, 아기 울음소리는 같은 크기라도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준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교황의 진심을 담은 미사가 어우러져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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