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인터넷 네트워크 전문가들 사이에서 최근 인터넷 사용이 장비의 한계를 넘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전날 일부 웹사이트가 접속불능이 되는 등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네트워크 중개장치인 라우터(router)에 과부하가 걸린 걸 문제 삼는다. 이메일과 동영상을 비롯해 우리가 인터넷에서 주고받는 정보는 네트워크상에서 여러 갈래의 경로(route)를 통해 이동한다. 송신정보에 담긴 수신처로 가장 적절한 경로를 찾아 정보를 보내주는 게 라우터의 역할이다.
해결책은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장 장비를 새 것으로 교체하거나 메모리 용량을 늘리고 재부팅해주면 된다. 하지만 대형 통신사를 비롯한 웹호스팅업체들은 대개 여러 장비를 놓고 동시다발적으로 작업을 해야 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512K' 문제는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한 예로 미국 웹호스팅업체인 리퀴드웹은 지난 12일 일부 라우터가 한계를 넘어 고객들의 웹사이트가 접속불능에 빠졌다고 밝혔다. 리퀴드웹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거의 온종일 걸렸다고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도 같은 날 이베이 사이트가 일시적으로 먹통이 되는 등 전 세계에서 인터넷 접속 속도가 느려지거나 접속이 안 되는 문제가 보고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노후 장비가 결국 처리 한계를 넘어섰다고 했다. 외신들은 12일을 '512K 데이'라고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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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라우터뿐 아니라 인터넷주소체계(IPv4)도 한계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IPv4는 '000.000.000.000'처럼 4개로 나뉜 12개의 숫자로 대략 40억개의 주소를 부여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라우팅 시스템이 여기에 연동돼 있다. 인터넷 주소를 사실상 무제한 늘릴 수 있는 차세대 인터넷주소체계(IPv6)도 있지만 도입 속도가 느릴 뿐 아니라 체계 전환에 따른 간극을 메우는 일도 부담이다.
네트워크관리회사인 딘의 짐 코위 수석 과학자는 "앞으로 며칠간 더 많은 웹사이트와 초고속 통신회사가 '512K' 한계에 부닥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웹호스팅업체들이 서로 다른 네트워크 지도를 쓰기 때문에 각사의 라우터가 '512K' 한계에 이르는 시점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WSJ는 신형 라우터라면 100만개가 넘는 경로를 다루지만 인터넷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이 역시 역부족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