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훼손 한양도성 발굴 "사진만 남아있던 조선신궁 터 발견"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4.08.1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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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 100년 흔적 드러내…분수대 일대 한양도성 구간 189.3m 추가 발굴

조선신궁 터/사진제공=서울시조선신궁 터/사진제공=서울시


일제가 식민통치 수단으로 조선신궁을 세우면서 훼손된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이 지난 100여년의 흔적을 드러냈다.

남산 분수대 일대에서 189.3m의 한양도성이 추가로 발굴되고, 지금까지 사진과 문헌으로만 남아있던 조선신궁 건물 중 배전의 터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조선신궁의 입지나 규모 등 실체를 확인하고 한양도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시와 서울역사박물관은 지난해 6월부터 남산 분수대 일대에서 '남산 회현자락 3단계 정비사업'을 실시, 이 같은 발굴 성과를 얻어냈다고 13일 밝혔다.



이로써 시는 지난 2009년부터 추진해온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 구간(총 777m)에 대한 발굴조사를 통해 총 265.7m의 한양도성을 발굴했다. 앞서 2009년 1단계 힐튼호텔 앞 아동광장 일대에서 34m의 잔존성곽이, 2011년 백범광장 일대에서는 42.4m의 잔존성곽이 발굴된 바 있다.

3단계 사업에서 발굴조사를 시행한 구간은 남산 회현자락 중앙광장 일대 448m로 이 중 발굴된 189.3m의 유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멸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남산 회현자락 조감도남산 회현자락 조감도
시 관계자는 "한양도성 유구가 배전 기초에서 지하 2~3m 깊이에 3~4단 규모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볼 때, 조선신궁 부지 조성 시 성곽을 파괴하고 평탄화하면서 신궁을 건축한 것이 한양도성이 훼철된 1차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에 발굴된 구간은 태조-세종-숙종으로 이어지며 축조·보수된 성곽의 흔적을 통해 시대별 축성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 보고된 바 없는 각자성석 1점도 새로 확인, 남산 회현자락 중앙광장 구간이 한양도성 전체 97구간 중 60번째 '柰(내)'자 구간임을 알 수 있게 됐다.


한양도성의 전체 규모는 18.627km로 축조 당시 백악마루를 시점으로 천자문의 '天(천)'자에서' 弔(조)'자까지 97자를 순서대로 약 600척 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성곽에 글자를 새겨놓았다.

일제가 식민통치수단으로 건립한 조선신궁 건물 중 최대 규모인 배전 터는 한양도성 바로 옆에서 건물의 콘크리트 기초와 기둥자리가 발견됐다. 이승만 대통령 동상이 있었던 곳에선 콘크리트 기초가 확인되기도 했다.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의 보존·정비 사업은 이번 발굴 조사에 이어 학술회의, 전문가 자문을 거쳐 연내 설계하고, 2015년 공사에 착수해 2016년 완료될 예정이다.

오해영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오백년 한양도성과 근현대 역사를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며 "앞으로 발굴된 결과물을 조합하고 보존·정비해 역사도시 서울에 걸맞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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