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파격 행보' 어떻게 나타날까?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4.08.13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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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방한]화재현장구호부터 청소부 만남까지…'개혁'부터 '낮은 곳 가난한 자' 보듬기까지

2004년 12월30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큰 불이 났다. 이 불로 195명이 사망하고 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이 곳에서 먼저 구호활동을 벌인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추기경 호르헤 베르골리오(프란치스코 교황)다. 추기경은 직접 부상자를 돌보며 성호를 긋고 모든 이들을 위로했다.

가난하고 불행에 닥친 이들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남들에겐 ‘일탈’이나 ‘파격’으로 비쳐지지만, 자신에겐 정작 ‘일상’일뿐이었다. 지난해 3월 즉위한 교황은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가난한 이의 발에 입을 맞추고, 작지만 깊이있는 목소리로 ‘개혁’과 ‘단합’을 외쳐왔다. 교황 방한을 하루 앞두고 지난 1년5개월간의 발자취와 방한 기간 펼쳐질 ‘파격’ 행보를 정리했다.



◇ 1년5개월의 발자취…기득권에 대한 ‘개혁’, 가난한 자와의 ‘입맞춤’

예수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에 선출된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9인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린 것이다. 교황은 자문단을 상설기구로 만들고 교황청 조직을 시대의 요청에 맞게 재편했다.



‘가난한 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위한 개혁의 첫걸음은 마피아의 돈세탁 창구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바티칸 은행을 향했다. 지난해 6월 교황청 금융안정위원회가 출범한 것도 바티칸은행의 활동과 역할을 손질하기위한 것.

지난해 7월 교황은 브라질을 첫 해외방문지로 택해 빈민가를 찾았다. 지난해 11월 발매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권고 ‘복음의 기쁨’은 교회 쇄신과 사회 개혁에 대한 그의 생각이 요약돼 있다. 올 2월 한국어로 번역 발간된 복음의 기쁨은 7만5000부가 팔려 교황 관련 서적 최다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가톨릭 사제들의 어린이 성추행도 묵과하지 않았다. 교황청은 지난 3월 아동성추행 대책위원회를 설립해 성직자 행동강령을 정비하고 예비성직자 심사도 강화했다. “마피아는 파문됐다”는 거침없는 선언으로 개혁의 의지를 멈추지 않은 교황은 평화와 화해가 필요한 곳에서는 적극적 구제자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 5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분쟁을 해결하기위해 중재자로 나선 것도 '개혁'과 '단합'을 우선순위로 둔 교황의 파격 행보였다.


◇ 4박5일의 방한…낮은 곳으로 향하는 ‘작은 이들’과의 만남

12일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따르면 교황은 14일 성남 서울공항으로 입국한 뒤 숙소인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으로 이동해 개인미사 시간을 갖는다. 대사관 1층의 작은 성당에서 열리는 미사에는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를 비롯해 시설관리인과 청소부 등 대사관 직원 1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교황은 이날 오후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를 방문해 한국 주교단을 만난다. 공식 방문 목적은 주교단과의 만남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과의 만남도 적극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교회의는 바티칸과 일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공간이 좁아 주교단과의 만남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지만, 교황은 "한국의 주교들이 일하는 곳에서 만나고 싶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18일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서울대교구 229개 본당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사무장들도 초청받았다. 본당 사무장은 회계관리를 비롯해 성당의 온갖 궂은 일을 맡는 자리다.

앞서 16일 충북 음성을 방문하는 교황은 가난과 보살핌이 필요한 이들을 만난다. 교황은 이날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 ▲장애인들과의 만남(희망의 집) ▲생명수호를 위한 태아동산 기도 ▲한국 수도자들과의 만남(사랑의 연수원) ▲한국 평신도 사도직 단체 대표들과의 만남(사랑의 영성원)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희망의 집’에선 양손이 불편한 어린이가 수녀의 도움을 받아 교황에게 꽃다발을 증정한다. 장애아동 40명, 성인 장애인 20명, 노인 환자 8명,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 8명, 호스피스 환자 4명은 교황에게 드릴 선물로 장애인들이 자수로 짠 프란치스코 교황 초상화, 발가락으로 접은 종이학, 수도자들이 ‘복음의 기쁨’이라는 제목으로 제작한 음반 등을 준비했다. 교황은 ‘태아동산’으로 이동한 뒤 자신을 보호할 힘조차 없는 낙태된 태아들과 이 땅의 가장 연약한 이들을 위해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 유럽에서 아시아로…소외된 지역 곳곳이 훑는 ‘파격 행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전임 베네딕토 16세가 재임 8년 동안 한번도 아시아를 방문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이번 한국 방문을 계기로 세속주의에 찌든 서방 중심의 가톨릭의 한계에서 벗어나 아시아 가톨릭의 저변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1월 스리랑카와 아시아 최대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도 방문할 예정이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젊었을 때 일본 선교사가 되길 꿈꿨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본 방문도 검토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아시아 전체 인구의 3.2%에 불과한 신자를 보유한 아시아 가톨릭은 사회 정의 등의 이슈가 전면에 부각돼 있는데 바로 이점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향과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교황은 특히 산업화된 서구사회의 가톨릭 교회가 성도덕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가난과 소득 불평등에 대한 복음의 가르침을 더 강조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천주교의 한 관계자는 “예수회 선교사로 가톨릭의 중국화에 앞장선 마테오 리치를 높이 평가하는 교황은 열강 중심의 보수적인 가톨릭 문화에 집착하기보다 새로운 개혁의 모습을 수용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이나 종교 탄압을 일삼는 북한에 대해 교황이 어떤 메시지로 다가갈지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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