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신화 원조 아이리버, 새주인 만나 벤처신화 다시쓸까?

머니투데이 진달래 강미선 기자 2014.08.11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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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락 거쳐 재도약 박차…고급음향기기 '아스텔앤컨'으로 승부

벤처신화 원조 아이리버, 새주인 만나 벤처신화 다시쓸까?


아이리버 (2,220원 ▼15 -0.67%)SK텔레콤 (52,000원 ▼300 -0.57%)을 주인으로 맞아 다시 도약을 꿈꾼다. 아이리버는 한 때 벤처신화로 꼽혔지만 성공과 쇄락을 빠르게 오가며 힘든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최근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본연의 음향시장에 주력하면서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 때마침 '든든한' 주인도 만났다. 과거의 영광 재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설립 2년만에 세계 1위…벤처신화 원조에서 쇄락까지



시대를 불러내는 브랜드가 있다. 1990년대 음향시장은 소니(Sony)가 휩쓸었다. 전세계 어디든 소니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자리를 넘겨받은 곳은 한국의 작은 벤처업체였다.

2000년대 초중반 세계 시장을 휩쓸었던 '아이리버(iriver)'가 그 주인공. 당시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서랍 속 어딘가에 손 때 묻은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 하나쯤은 있을 터. 독특한 디자인으로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은 아이리버는 학생들이 가장 받고싶어하는 전자기기로 꼽혔다.



아이리버를 만든 옛 레인콤은 삼성전자 출신 양덕준 전 회장이 1999년 자본금 3억원과 직원 7명으로 시작한 벤처였다. 설립 2년만에 MP3 CD 플레이어를 선보이면서 세계 점유율 1위에 올라 화제 중심에 섰고 설립연도 12억원이던 매출은 4년 뒤인 2003년 2380억원까지 늘었다. 그야말로 '벤처 신화'였다.

레인콤은 2003년 브랜드 '아이리버'로 미국에 진출한지 6개월만에 MP3 플레이어 시장 점유율 25%를 넘었고 그해 12월 코스닥 상장까지 성공을 이어갔다.

멀미가 날 정도의 성장세였지만 소니가 그랬듯 또 다른 주자에게 왕좌의 자리를 넘겨줘야 할 때도 빠르게 찾아왔다. 애플 '아이폰'의 등장 때문. 2007년 MP3플레이어 기능을 담은 아이폰 출시 이후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고 다녔고, 시대를 대표하는 브랜드는 '애플'이 돼버렸다.


변화가 필요했다. 레인콤은 2009년 아이리버로 사명을 바꾸고 각종 제품을 내놨다. 내비게이션, 태블릿PC에서 스마트폰까지 선보였지만 음향시장이라는 전공분야를 떠나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적자행진도 지속됐다.

◇"음향기술, 독자경쟁력이 해답"…적자고리 끊고 흑자전환 기대

그러던 아이리버가 지난 1분기 흑자를 냈다. 매출 108억원, 순익은 2억5000만원(연결기준)을 기록한 것. 2009년부터 5년째 이어온 적자를 올해는 끊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아이리버의 재도약은 고향이었던 음향시장으로 돌아오면서다. 2012년 첫 선을 보인 휴대용 고해상도 음원 재생기기 '아스텔앤컨(Astell&Kern, AK)'이 그 중심이다. 첫 상품 'AK100'을 시작으로 7개 제품을 선보이며 꾸준히 라인업을 확장 중이다.

AK는 27개국에 수출 중이다.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홍콩, 미국 등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오디오 관련 글로벌전시회에 참가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AK를 스쳐지나 가다가도 '아이리버'라는 이름 때문에 다시한번 찾곤 한다. 과거의 '아이리버' 명성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해외 음향 시장이 워낙 넓은데다 전문 온오프라인 매체들이 호평을 하면서 해외 공략이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음향재생기기 전시회인 미국 HTR, 영국 Hi-Fi에서 AK는 '베스트상'을 받았다.
아이리버 상품 히스토리아이리버 상품 히스토리
◇AK 만들어 낸 '맨파워', 과거 성공 경험이 자신감의 원천

2011년 9월은 아이리버 제2의 도전이 시작된 날이다. '아스텔앤컨'을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한 시점이기 때문.

'아스텔앤컨'은 엔지니어, 기획자, 디자이너 등 아이리버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원 23명이 두달간 밤샘 작업한 결과다.

아이리버의 새 먹거리로 '고음질 플레이어'를 시도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프로젝트 '티어 드롭(Tear Drop·눈물흘림)'이라는 이름 아래 사업이 진행됐다.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게 만드는 플레이어'를 만들자는 목표였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품에 안기는 아이리버의 경쟁력으로 '맨파워'를 꼽는다. 최대 400명까지 늘었던 아이리버 직원 수는 수차례 구조조정을 거치며 현재 80~90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성공 DNA'는 무시할 수 없는 아이리버의 저력이다. 레인콤 초기 시절부터 함께 해온 원년 멤버들도 꽤 남았다. 마케팅, 연구소 등 주요 보직에는 양덕준 전 회장과 아이리버 신화를 함께 썼던 이들이 일하고 있다.

회사의 부침을 같이 겪었던 이들이기에 애사심도 남다르다. 원년 멤버인 한 임원은 "이제는 회사가 문을 닫는다면, 그 문은 내가 닫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들의 의지와 경험이 'AK'를 아이리버처럼 세계 시장 1위로 올려놓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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