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M&A 나서야 벤처캐피탈 '병목' 뚫는다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4.08.0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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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막힌 벤처캐피탈]<중>IPO 부진속 800여개 기업 투자금 회수 풀 열쇠

편집자주 올해 벤처캐피탈 펀드조성액은 역대 최대 수준인 2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에 힘입은 결과다. 문제는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위한 '출구'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투자자금이 돌지 못하면 벤처생태계는 다시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3회에 걸쳐 벤처투자금 회수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벤처·중소기업의 M&A(인수·합병) 활성화는 벤처업계의 생사와 직결된다.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기업의 M&A를 통해 자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하면 투자자의 돈이 장기간 묶이거나 손실을 볼 위험이 커진다. 이처럼 '돈맥경화'가 심화될수록 벤처캐피탈의 자금줄은 마르고 벤처 창업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선순환 고리도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는 벤처캐피탈이 투자 기업 2800개 중 800여개에 대해 펀드 만기로 인해 올해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투자금회수를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런 상황에서 M&A와 더불어 투자금 회수의 양대축인 IPO(기업공개)규모는 지난해 1조3096억원(40건)으로 2011년 4조2557억원 대비 70% 급감했다. 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벤처캐피탈은 투자금 회수를 앞둔 기업의 상당 부분을 M&A로 풀어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최근 벤처·중소기업의 M&A가 점차 활성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규모는 역부족이다.
대기업 M&A 나서야 벤처캐피탈 '병목' 뚫는다


벤처·중소기업의 자진 신고를 통해 집계하는 'M&A 거래정보망'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말까지 벤처·중소기업의 M&A는 17건이었다. 통계를 만든 2012년 7월 이후부터 그해말까지 8건이었고 이듬해는 53건으로 크게 늘었다. 거래가 하반기에 몰리는 경향을 고려하면 올해 건수는 지난해 수준을 소폭 웃돌 것으로 보인다.

벤처캐피탈 고위 관계자는 "벤처기업이나 기술혁신형 기업을 M&A하면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정책이 올초 실시되고 M&A에 동일금액으로 인수에 참여하는 M&A 매칭펀드를 운영한 효과"라며 "다만 2조원을 넘는 벤처캐피탈시장과 회수 단계에 접어든 투자기업의 규모를 감안하면 지금의 M&A시장 규모로는 이를 받아주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M&A의 '병목' 현상을 뚫어줄 대안으로 대기업이 꼽힌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신사업 진출을 위해 기술력을 가진 벤처·중소기업을 제값을 주고 인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를 '문어발 확장'이나 '기술 탈취'로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은 대기업의 벤처기업 M&A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소기업 대주주의 양도세와 인수기업의 법인세 감면과 같은 세제혜택 등도 중요하지만 소위 '국민정서법'에 민감한 대기업의 특성상 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김철중 수앤파트너스 대표는 "대기업들은 벤처기업 M&A에 대한 행정적인 규제와 부정적 여론, 전문가 부족 등의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안정적인 투자보다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를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함으로써 시장을 넓히고 벤처생태계의 촉매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창업가들도 경영난의 마지막 탈출 수단으로 M&A를 선택하는 폐쇄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며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때 매각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면 벤처 창업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M&A 나서야 벤처캐피탈 '병목' 뚫는다
대기업의 안일한 인식도 지적된다. 이종갑 벤처캐피탈협회장(네오플럭스 부회장)은 "M&A에 부담을 느끼는 대기업은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인력이나 기술을 빼가려는 유혹에 빠진다"며 "M&A는 적대적 수단이 아니라 신사업의 필요성과 기술력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상호보완적 거래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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