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장마에 제습기 판매부진, 태풍특수도 없었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4.08.0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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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량 일부지역에 집중… 늦더위로 에어컨 판매 수직상승

LG전자 창원공장에서 직원들이 RAC생산라인에서 만든 '휘센 칼라하리 제습기'를 출하하기 위해 제품들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LG전자 창원공장에서 직원들이 RAC생산라인에서 만든 '휘센 칼라하리 제습기'를 출하하기 위해 제품들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대박'을 기대했던 제습기가 '마른장마'의 직격탄을 맞아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최근 장마전선과 태풍 나크라의 영향으로 습한 날씨가 이어졌지만 제습기 특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판매부진으로 인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해 제습기 연간 판매량이 100만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제습기 시장 규모는 최근 2~3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해의 경우 시장규모가 130만대를 돌파하며 전년대비 200%이상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습기는 올해 3~6월경 판매량이 전년보다 다소 증가했지만 오히려 7월 이후에 판매량이 많이 떨어졌다”며 “장마 끝자락과 태풍이 맞물리면서 습한 날씨가 계속됐지만 제습기 판매량은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습기는 다른 가전제품과 달리 판매실적이 강우량과 직결된다. 비가 내리지 않아 습도가 낮으면 활용도가 크게 떨어져서다. 지난해 판매량이 200% 이상 급증한 이유도 7월 하순부터 3주 가까이 이어진 긴 장마 때문이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여름철 강수량이 전년보다 대폭 줄었고, 태풍에 따른 강수량도 제주도, 전라남도 등 남부 일부지역에 그쳐 전체 판매량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올 초만 하더라도 국내 제습기 시장규모가 약 200만대~230만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특수로 국내 제습기 시장 1위로 올라선 위닉스 (9,000원 ▼120 -1.32%)를 비롯해 삼성전자 (81,300원 ▲500 +0.62%), LG전자 (111,400원 ▲300 +0.27%), 동부대우전자 등 대형업체들도 올해 공격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공략에 나섰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가뭄에 가까운 날씨 탓에 제습기 판매량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특히 A사의 경우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재고 처리에 상당히 부담이 커졌고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에어컨 판매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장기간 비가 내리면서 평균기온이 떨어졌고 에어컨 판매량이 급감했다. 올해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0만대 안팎이었던 국내 에어컨 판매량은 올해 160만~17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사업부와 LG전자 AE(에어컨디셔닝·에너지솔루션)사업부 호실적 배경엔 에어컨 판매량 증가가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국내 연간 에어컨 판매량이 130만대 안팎이란 점을 감안하면 올해 판매량 전망치는 이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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