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이틀새 '15조 증발' 삼성전자 바닥?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김성은 기자 2014.08.0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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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시장에서 냉대받고 있다. 거래량은 크게 늘고 있지만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강한 체력을 증명한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이틀째 동반 추락했다. 배당 기대감 무산에 대한 실망과 하반기 실적 불안감이 겹치면서 시장이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단기 모멘텀을 상실한 삼성전자 주가가 다음주 어떤 모습을 보일 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1일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8% 급락한 129만2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3.73% 하락한데 이어 이틀새 주가가 7.4% 빠졌다. 시가총액도 전날 7조6595억원 감소에 이어 이날 7조5123억원 줄어드는 등 2거래일 동안 15조1718억원이 증발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29%다.



전날 5만주 가까이 삼성전자를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날 15만3699주를 순매도하며 지난 6월20일 이후 일일 최대 순매도를 기록했다. 기관도 2517주 순매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거래량은 이날 55만2124주를 기록하며 지난 1월2일(62만500주)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7월 말까지 올해 평균 거래량(23만9927주)보다 2배 이상 많다. 삼성전자 거래량은 △지난달 29일 25만6186주 △30일 34만7189주 △31일 48만7027주 등 연일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장의 한 전문가는 "거래량이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것은 물량을 정리하거나 손절매 욕구가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날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국내 증권사는 모두 22곳. 이 중 유진투자, 교보, IBK투자, 하나대투증권 등 증권사 4곳은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 22개 증권사가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주가의 평균은 167만6000원에서 165만8000원으로 1만8000원(1.1%) 낮아졌다.

배당에 대한 실망감에서 정신을 차린 시장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날 실적발표 직후 진행된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시장은 혼란을 느꼈다. 지난달 8일 잠정 실적 발표 당시 회사측 설명과 대치되는 3분기 전망이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삼성전자는 3분기 사업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모습을 보였다. 원화 환율의 부정적 효과는 제한적이며 무산사업부의 재고처리 비용 역시 일시적이며 패널과 메모리 사업부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즉 3분기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당혹감을 느꼈다. 무선사업부 출하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쟁심화에 따른 단기 마진 하락 가능성이 언급됐고, AMOLED 사업부 실적 악화 및 시스템LSI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등 보수적인 설명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천하의 삼성전자가 불과 3주 만에 3분기 전망을 이렇게 바꿀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며 "그만큼 현재 IT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불확실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모습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각 부문별 긍정적 측면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변했다"며 "명확한 가이던스 제시로 실적전망의 불확실성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재 관건은 지난 2분기 실적의 '바닥' 여부다. 시장 전반적인 분위기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 중반대를 기록하며 소폭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오히려 6조원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홍성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배당정책 및 실적이) 아쉬워도 일단 지금이 바닥으로 추가 실적 하향 가능성은 낮다"며 "2분기 실적 저점 이후 완만한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가 바닥이 아니다"라며 "무선사업부(IM)와 소비자가전(CE)의 이익이 감소하면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3.7% 감소한 6조9000억원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진성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미래 실적에 대한 우려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삼성전자 주가가 주가수익비율(PER) 8배 수준까지 내려온만큼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이상 하방 경직성이 나타나며 박스권에서 횡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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