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치기범 추격 끝에 맨손 검거한 용감한 주부들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14.08.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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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새벽 3시20분쯤 수도권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 1번 출구 앞.

친목 모임 후 귀가하던 주부 정모씨(56·여)와 강모씨(50·여)는 지인인 듯 취객에게 말을 건네는 김모씨(43·여)를 발견했다. 지나치려는 찰나 김씨가 취객의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내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상하게 여긴 주부들은 태연히 다가가 "돈 얼마나 들었어요"라고 물었다. 김씨가 지인 관계라고 주장하면서 쭈뼛거리자 재차 "이 지갑 저 사람 거죠?"라고 말했다.



김씨는 완강히 부인하다 돌연 지갑을 던지고 도주했다. 정씨는 30여m를 추격해 끝내 김씨를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취객을 상대로 일명 '아리랑치기'를 한 범인이 주부들에게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정신을 잃은 취객을 상대로 지갑을 훔치는 '아리랑 치기'를 한 혐의(절도)로 김모씨(43·여)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30일 새벽 3시30분쯤 서울 광진구 아차산역 1번 출구 인근 한 제과점 앞에서 만취해 쪼그려 앉아있던 직장인 윤모씨(26)의 지갑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유명 외제차 영업사원인 김씨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등 절도 전과 2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모 대학교 근처에서 회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택시를 탄 뒤 정신을 잃었다"며 "술에서 깨보니 지갑이 사라진 뒤였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 정씨는 "태연하게 지인인 듯 행세해 지나려는 순간 낌새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고 칭찬 받을 만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 CC(폐쇄회로)TV가 없어 수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었으나 주부들이 용기를 내 사건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며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을텐데 주부로서 형사 못지않은 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리랑치기범 검거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위원회 심사를 통해 표창 수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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