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칩 기업들 실적 '노란불'…재계엔 구조조정 그림자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4.07.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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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침체 환율 하락 이중고로 실적 급락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기업 상당수가 업황 침체와 원화 강세라는 이중고로 이익 폭이 크게 축소되거나 적자로 전환했다.

재계에는 기업 실적 악화에 다른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그림자가 드리운 모습이다.



지난 25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아자동차는 전년 동기대비 영업이익이 13.3% 감소했다. 같은 날 삼성중공업과 삼성SDI는 각각 영업이익이 18.21%, 97.7% 줄었다고 공시했다.

이익이 줄었을망정 흑자를 보고 있는 회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SK (207,000원 ▼12,000 -5.5%)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이노베이션은 적자 전환했다. 삼성정밀화학 역시 마찬가지다.



옐로칩 기업들 실적 '노란불'…재계엔 구조조정 그림자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은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업황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중공업 (10,210원 ▲40 +0.39%)은 매출이 전분기에 비해 9.5% 감소했다. 글로벌 조선 해양 업황이 올 초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둔화돼 조선업체들이 수주 가뭄에 처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SK이노베이션 (110,700원 ▼100 -0.09%)의 적자 전환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정유 설비는 크게 늘었지만, 산업용 경유 수요 등이 회복되지 않아 정유마진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


급하게 원화 가치가 상승한 것도 문제다. 원/달러 환율은 1분기 평균 1067.41원에서 2분기 평균 1027.78원으로 하락했다. 이는 수출이 많은 기업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수출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기아자동차 (113,100원 ▼1,200 -1.05%)는 차량 판매는 2분기 들어 전년 동기대비 4.3% 증가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8.1%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해외에서 원유를 사오기 때문에 원화 강세로 일정 부분 수혜를 보지만, 수출 마진이 떨어지고 재고분의 평가 손실이 반영돼 영업수익에서 환율로만 1050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분석이다. 삼성SDI (441,000원 ▲8,000 +1.85%) 역시 실적 부진의 주요 이유로 환율을 꼽았다.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기업들은 구조조정 요구에 직면했다. 삼성SDI는 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 철수를 앞두고 장기근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을 받은 삼성중공업은 회사 측의 부인에도 구조조정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해 이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SK이노베이션과 같은 상황에 처한 S-OIL (69,900원 ▲100 +0.14%)GS (44,800원 ▲300 +0.67%)칼텍스는 이미 임원 숫자를 크게 줄이는 등의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고, 추가 감원설도 제기된다.

기업 실적이 크게 악화된 한 대기업 임원은 "일단은 인원 감축 없이 비용절감 등 자구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인원 감축의 요구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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