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폰·초콜릿폰이 그립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4.07.2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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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 출신 기자의 IT 다시 배우기]〈48〉

편집자주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IT도 마찬가지다. 기술적인 부문을 조금만 알아도 새로운 IT세상이 펼쳐진다. 고등학교 때 이과생이었던 기자, 대학교에서는 공학수학도 배웠다. 지금 다시 과거의 경험을 살려 새로운 IT 세상을 만나려 한다.

제품-서비스 이름에 난무하는 기술용어들

삼성전자의 '광대역 LTE-A' 지원 스마트폰 '갤럭시S5 광대역 LTE-A' /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의 '광대역 LTE-A' 지원 스마트폰 '갤럭시S5 광대역 LTE-A' / 사진제공=삼성전자


#2011년 퀄컴 본사 마케팅 담당 임원이 한국을 찾았다. 이제 막 LTE(롱텀에볼루션)을 상용화한 만큼 LTE를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 퀄컴 임원은 한국에 온 지 하루만에 한국에서 더이상 LTE를 알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호텔에서 'LTE'를 직접 언급하는 TV 광고를 수없이 봐서다.

LTE라는 기술 용어가 한국에서 알려진 지 불과 3년만에 초등학생까지 아는 단어가 됐다.



과거에는 아날로그 이동통신, 디지털 이동통신, 3G(3세대) 등 기술 용어를 직접적으로 쓰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용어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기술적인 용어를 직접 쓰는 건 이동통신 서비스뿐만 아니다.



스마트폰 이름에서도 기술 용어가 쓰인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LTE-A(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이름을 '갤럭시S4 LTE-A'로 지었다.

LTE-A는 다른 주파수 대역을 하나로 묶어주는 기술인 CA(주파수집성기술) 등을 활용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가르키는 기술 용어다.

최근에는 광대역 LTE-A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이름을 '갤럭시S5 광대역 LTE-A'로 지었다. 네티즌들은 이름이 너무 길어 '갤오광'이라고 줄여서 부를 정도다.


LTE-A는 기술 용어지만 광대역 LTE-A는 기술 용어도 아니다. 광대역 LTE-A는 광대역과 LTE-A를 합성한 마케팅 용어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말하는 광대역 LTE-A란 20MHz(메가헤르츠)폭의 광대역 주파수와 10MHz폭의 일반 대역 주파수를 묶어 최대 다운로드 속도 225Mbps를 구현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다.

LG전자의 광대역 LTE-A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G3 Cat.6' / 사진제공=LG전자LG전자의 광대역 LTE-A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G3 Cat.6' / 사진제공=LG전자
최근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더 생소한 기술 용어가 스마트폰 제품명에 쓰였다. LG전자가 25일 출시한 광대역 LTE-A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G3 Cat.6'다. LG전자는 긴 광대역 LTE-A를 쓰는 대신 기술용어인 'Cat.6'를 제품명에 차용했다.

Cat.6는 LTE 카테고리6라는 의미다. 통신규격 표준화단체인 3GPPP는 다운로드 속도에 따라 LTE를 카테고리 1에서 카테고리10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카테고리6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300Mbps다.

다만 국내에서는 20MHz폭의 광대역 주파수 2개를 묶어서 서비스할 수 없기 때문에 카테고리6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225Mbps다.

LTE, LTE-A, 광대역 LTE-A, Cat.6 등 기술 용어를 제품이나 서비스 이름에 직접 쓰는 것은 마케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SK텔레콤은 광대역 LTE-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광대역 LTE-A를 단말기 이름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해 '갤럭시S5 광대역 LTE-A'라는 이름의 스마트폰이 생겼다.

하지만 어려운 기술 용어보다는 익숙한 용어가 마케팅에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팬택의 '베가 아이언'은 아이언(금속)을 제품 재질에 사용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제품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연아폰', '초콜릿폰', '샤인폰' 등을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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