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헬기 '수리온', 조종 도중 손 뗐더니… '깜짝'

머니투데이 사천(경남)=최우영 기자 2014.07.23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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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사천 KAI 공장서 다품종 소량생산… 현장 가보니

지난 18일 경남 사천 KAI 본사 제1사업장에서 국내 최초 기동헬기 수리온(KUH)이 최종 조립되고 있다. /사진=KAI지난 18일 경남 사천 KAI 본사 제1사업장에서 국내 최초 기동헬기 수리온(KUH)이 최종 조립되고 있다. /사진=KAI


"산 너머 적이 있는 것을 가정하고 비행하겠습니다."

파일럿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헬리콥터가 산등성이로 꽂히는 느낌에 정신이 아찔했다. 좌우로 동체를 40도 가량 비틀며 산 위 고도 25m 가량을 유지한 채 5분 동안 회피 기동이 계속됐다.

때때로 무중력 상태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파일럿은 "산 너머 적군에게 들키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비행"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개발 완료된 한국항공우주 (52,800원 ▲300 +0.57%)산업(KAI)의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KUH) 기동은 대부분 자동으로 이뤄졌다. 지난 18일 경남 사천에서 탑승한 수리온 시제기는 고도 150피트(약 45m) 제자리비행, 기입력 경로를 통한 이륙 등이 버튼 하나로 진행됐다.

파일럿들은 조종간에서 양 손을 뗀 모습을 보여줘 탑승한 기자를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수리온은 끄떡 없이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기동했다.



수리온에 탑승한 채 고도를 높이니 면적 82만6446㎡(42만평)의 KAI 제1사업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리온에서 내려 항공기동 건물로 들어가자 수리온, T-50 완제기 라인 및 F-15 주익 생산라인이 차례대로 눈에 들어왔다. 축구장 세 배가 넘는 공간에는 기둥 하나 없었다. 완성된 제품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무주공법으로 설계한 건물이기 때문이다.

나란히 서있는 수리온 8대는 공정별로 차이를 보였다. 공통점은 연두색 외장. KAI 관계자는 "엔진 등 모든 조립을 끝마친 뒤 국방부 등에서 원하는 색으로 도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완성된 수리온은 도장동으로 옮겨져 자동 도색된다.

기동중인 수리온. /사진=KAI기동중인 수리온. /사진=KAI
수리온 생산라인 뒤편으로는 T-50이 줄지어 조립되고 있었다. T-50은 이라크 24대, 인도네시아 16대, 필리핀 12대를 연이어 수출한 KAI의 대표적인 수출 '효자' 훈련기다. T-50 역시 연두색 외관을 지닌 채 도장동으로 옮겨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T-50 생산라인 한켠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랜딩기어를 시험해보고 있었다.

KAI 관계자는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인 항공산업 특성상 대부분의 조립 및 시험 검사는 수작업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본사 직원과 협력업체 등에 대한 고용창출 효과가 그 어떤 산업보다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해외 업체들과의 공동작업도 한창이었다. T-50 라인 뒤편에서는 미국 보잉사로부터 수주한 F-15 주익 및 전방동체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KAI는 2011년부터 F-15 전방동체 시스템 장착까지 보잉사에 독점공급하고 있다.

이날 하성용 KAI 사장은 미군 고등훈련기(TX) 교체사업 실사차 방문한 미군 장교들을 직접 맞이하기 위해 협력업체인 록히드마틴사 임원들과 함께 공장 정문에서 직접 대기하고 있었다.

하 사장은 "한국형 민수헬기 및 경공격헬기 사업에 이어 TX사업을 수주할 경우 앞으로 30~40년간의 물량이 결정돼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 조그만 사천에 있는 KAI가 삼성전자와 같은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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