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돌아온 안산, 그러나 '툭' 한번씩 튀어나오는 건…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2014.07.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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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일]담담함 속 추모 분위기 여전…"너무 큰 관심도, 무관심도 모두 상처"

안산 단원고로 가는 2차선 도로 옆에 놓인 판자 위에 작은 글씨로 단원고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빼곡이 적혀있다./ 사진=김유진 기자안산 단원고로 가는 2차선 도로 옆에 놓인 판자 위에 작은 글씨로 단원고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빼곡이 적혀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편하게 쉬어라. 너희 몫까지 부끄럽지 않게 살게.'
'엄마, 아빠, 동생 잘 지켜봐 줄 거지?'

2차선 도로 옆 화단에 놓인 네모난 나무판자 위에는 검은 글씨로 하늘에 간 아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빽빽이 적혀있었다. 길을 걷다 만난 카페에는 희생자 고(故) 박예슬 양(17)의 전시회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모든 일을 잊은 듯 차분해 보이는 도시 안산에서 세월호의 흔적은 이렇게 '툭' 하고 한 번씩 튀어나왔다.



세월호 침몰 100일을 눈앞에 둔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일대는 여전히 '세월호'를 떠나보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공공기관의 건물 외벽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내용이 플래카드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이제는 많이 차분해졌는데요, 그래도 다들 잊지는 못하고 항상 생각에 품고 있는 것 같아요."



방학식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단원중학교 3학년 김모양(15)은 이렇게 말했다. 동네가 작아 희생된 언니 오빠들 중에는 아는 사람도 많았다.

김양은 "처음에는 학교가 수업도 제대로 안 되고 초상집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안정을 찾은 것 같다"며 "정상 수업을 하고 있으며 선생님도 학생도 세월호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산 주민들은 사람들이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담담하게 세월호 사고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단원고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여성은 "우리는 너무 큰 관심을 갖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관심하지도 않은 태도로 유가족들이 한번 더 상처받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들을 잊지 말자는 의미의 음악이 조용히 울려 퍼지곤 한다. 세월호가 침몰한 4월16일을 기리는 의미로 가끔 오후 4시16분이 되면 예술가들이 바이올린이나 관악기 등을 들고 단원고 옆 공터에 와서 짧은 공연을 하고 간다.

카페 주인은 "공연은 항상 조용히 시작되고 지나가던 시민들 몇 명이 발걸음을 멈추고 지켜본다"며 "안산 시민들만의 추모 방식"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산 단원고 정문에 붙어있는 플래카드/ 사진=김유진 기자경기 안산 단원고 정문에 붙어있는 플래카드/ 사진=김유진 기자
안산시청도 세월호 직후 '세월호사고수습지원단'을 출범시켜 사고로 가족을 잃은 가족들이 일상생활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침체된 분위기는 어쩔 수 없지만 이제는 조금씩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만균 안산시 세월호사고수습지원단장은 "안산 시민들이 아직은 다른 지역보다는 애도 분위기고 지역 경제 매출도 30% 가량 줄어들었다"며 "특히 외식업이나 유흥 관련 업종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제는 분위기가 많이 회복되고 있다. 세월호 관련 집회와 시위에 참여하는 절반 정도의 피해 가족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안산에서 일상에 복귀했다고 이 단장은 전했다. 두 가정이 사고 전부터 예정돼있던 이사를 가 안산을 떠났고 나머지는 그대로 안산에 머물고 있다.

이 단장은 "아직 집회 참여 등으로 직장에 못 나가시는 분들이 많아서 정부 차원에서 휴직 수당을 보장해 주고 있다"며 "일자리를 그만두신 분들의 경우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오실 때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두었다"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학생들도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와 수업을 받고 있다. 단원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양(16)은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고 얼마 안 되어서는 작은 장난에도 분위기가 험악했는데 지금은 다들 많이 웃는다"며 "이제는 2학년 언니 오빠들도 학교에 다 돌아와서 수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가 단원고에 제공한 세월호 특례입학이라는 정책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차분한 반응이었다. 정원 외 입학 전형의 1%라 대학 당 1명 정도라 입시 경쟁은 예전과 마찬가지라는 것.

자율학습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단원고 3학년 여학생 박모양(18)은 "그 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는 인원수가 적어서 우리도 기대하지 않고 공부하고 있고 선생님들 반응도 비슷하다"며 "단원고 학생이면 무조건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간다는 둥 그런 얘기들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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