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의료민영화 논란, 무엇이 쟁점인가

뉴스1 제공 2014.07.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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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 자법인 설립·원격의료 시범사업 견해차 극명

(서울=뉴스1)|음상준||537 =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원격의료 시범사업 견해차 극명


의료민영화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과 함께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늘려준 정부 입법예고 기간이 22일 종료되면서 의료민영화 반대 주장에도 불이 붙었다.

자법인 설립에 반대하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60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파업에 들어간다. 파업은 26일까지 이어진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의사단체가 기존 의정 협의 입장을 뒤집고 반대로 돌아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의료민영화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검토하지 않고 "전용될 우려가 있는 예산을 깎겠다"고 벼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으로 자법인 설립과 원격의료 입법화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동시다발적인 반대 움직임에 난관에 부딪혔다.



◇의료법인 자법인, '뜨거운 감자' 부상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은 의료민영화 논란의 핵심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10일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를 외국인 환자 유치와 메디텔(의료 행위와 숙박이 함께 이뤄지는 의료관광호텔), 여행업 등으로 확대했다.

이어 상속세와 증여세법상 성실공익법인 요건을 충족한 의료법인이 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자법인 설립 운영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복지부 계획대로라면 의료법인은 8월부터 자법인을 통해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메디텔 등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복지부가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의료법인과 다른 법인 간 형평성이다. 대학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등은 자유롭게 자법인을 설립해 부대사업을 해왔지만 대부분이 중소병원인 의료법인은 이런 활동이 원천적으로 봉쇄당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부대사업 확대와 자법인 설립은 중소병원들 요구사항이었지만 의료산업 육성에 목마른 정부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 등 5대 유망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는 담당 부처인 복지부가 규제를 완화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반면 보건의료노조와 야당은 자법인 설립이 결국 영리자법인으로 발전해 의료민영화 빗장을 여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의료법 개정이 아닌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자법인 설립을 허용한 것은 언제든 영리자법인을 허용하려는 편법 행정이라는 것이다. 야당과 보건의료노조는 시행규칙 개정은 국회 입법권을 무시한 월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법인이 메디텔 운영을 통해 환자 진료는 뒷전이고 수익성만 추구할 것이란 우려도 곁들였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합작해 설립한 조인트벤처(2인 이상 공동사업체) 헬스커넥트는 영리자회사 논란에 휩싸였다.

헬스커넥트가 지난달 6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SK텔레콤이 이를 전량 인수해 주식 보유 비율을 62.1%까지 늘리자 서울대병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복지부는 자법인을 설립할 여력이 되는 의료법인이 극소수에 불과하고 까다로운 규정 탓에 영리자회사 논란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으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 '냉온탕' 왔다갔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정책에 반발해 3월 10일 집단휴진을 강행했다가 복지부 대화 제의를 받아들여 3월 17일 의정합의를 이뤘다.

의정합의에 따라 복지부와 의협은 4월부터 6개월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후속 논의는 진척이 없었다.

의협 내부 반발이 거센 데다 의정합의 당사자인 노환규 전 회장이 중도 퇴진하는 등 변수들이 생겨났다.

의협은 복지부 기대와 달리 원격의료 모형 개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집단휴진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진 복지부와 대규모 행정처분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협의 정무적 계산이 작용한 의정합의는 애초부터 미완의 합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해 11월까지 시범사업을 완료해 원격의료 입법을 끝내겠다는 복지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복지부는 17일 원격의료 논의를 중단하고 24일까지 의협이 시범사업 모형을 제시하지 않으면 원격모니터링 중심으로 독자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격모니터링은 진료 기능을 빼고 환자 상태 등을 점검하는 시범사업 유형이다.

의협도 21일 예정된 원격의료 시범사업 설명회를 취소하는 등 맞불을 놨다. 추무진 의협 새 회장은 야당 정치인들을 잇달아 만나 원격의료 입법화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의정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의협은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촉진이 불가능해 오진 위험성이 크고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학병원의 원격의료 사업 진출도 걱정한다.

복지부 입장에서 원격의료는 의료산업 육성의 핵심이다. 의협이 원하는 대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37개 제도 개편을 수용했는데 이제 와서 시범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시범사업 종료 후 원격의료 입법화를 추가 논의하면 된다는 생각이지만 의협과 야당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복지부는 협상 유효기간인 24일이 지나면 원격모니터링 중심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의협과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서울=뉴스1)음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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