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대신 여의도..'주식쇼핑'하는 중국인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지민 기자 2014.07.2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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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시장과 백화점을 휩쓸던 중국인들의 쇼핑백이 이제 한국주식으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증시 투자액을 급격히 늘린 중국은 올 들어 일본과 미국을 차례로 제치고 한국주식을 최대 순매수한 국가로 부상했다.

최근 증시에서는 외국인의 '사자'가 두드러지는데 이 가운데 적잖은 비중을 중국이 차지한다는 지적이다. 차이나 머니의 코리아 러브콜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자료=금융감독원./자료=금융감독원.


◇증시 강세 이끄는 중국=최근 증시에서 특징적인 것은 기관과 개인들의 '팔자'세에도 아랑곳없이 주식을 사들이는 외국인들의 동향이다. 7월 들어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9900억원을 순매수, 증시 박스권 돌파시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외국인 매수를 발판으로 코스피지수는 이달 1일 1999.00에서 21일 2018.50으로 올라섰다. 코스피는 이날 기관들의 매물벽을 넘지 못하고 약보합세인 2018.50으로 마감했으나 장중 한 때 2030.61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주목할 것은 외국인 매수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구체적인 통계는 없으나 상반기 추세를 보면, 순매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김후정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에는 특정시기만 중국의 매수세가 몰렸으나, 올해 3월부터는 매월 2500억원 이상 순매수하고 있다"며 "특히 CIC(중국투자공사), SAFE(중국외환관리국) 등 중국 국부펀드의 투자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달 초 금융감독원이 집계, 발표한 월별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을 보면 중국은 올해 상반기 한국증시에서 총 1조6860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미국(9790억원)과 일본(5220억원)의 순매수 금액을 보면 중국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한국주식을 많이 보유한 국가 5곳은 미국(전체 외국인 지분의 39.3%), 영국(8.3%), 룩셈부르크(5.9%), 싱가포르(5.3%) 사우디아라비아(3.7%) 등이다. 중국은 현재 9조9890억원(2.3%)으로 캐나다에 이은 10위에 올라 있다.


◇중국, 미국에 이어 2위 채권국=다른 국가들의 보유주식에 변동이 없고, 중국이 상반기 물량만큼 하반기에도 주식을 산다고 가정하면 보유액 11조6750억원으로 싱가포르를 제친 5위에 올라서게 된다. 앞으로 2~3년 내에 미국에 이어 2대 투자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돼 있다. 6월말 기준 중국은 국채, 특수채, 회사채 등을 포함해 총 1조3290억원의 한국 상장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18조9300억원)에 이은 2위다.
차이나 머니의 코리아 러브콜의 배경은 무얼까. 일단 중국의 해외투자 욕구가 눈에 띄게 커진 상황에서,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한국이 부상했다는 지적이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증시 밸류에이션이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낮은 축"이라며 "중국이 포트폴리오를 늘릴 배경 중 하나"라고 해석했다.

◇중국 국부투자 확대=중국 국부펀드의 자금여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배경이다. 동양증권의 김 애널리스트는 "국부펀드 자금은 천연자원 등의 수입이 원천이라 현금유입이 꾸준히 이어진다"며 "중국의 외환보유고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라 국부펀드의 운용규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생겼다는 점도 배경이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그간 해외투자 자산의 미국국채 편중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런 문제에서 탈피하려는 시도가 잇따른다"며 "지난해부터는 미국주식도 사면서 우리주식도 사고 있다"고 말했다.
한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자본시장 개혁방안의 하나로 해외투자를 크게 늘린다는 방침"이라며 "한류문화 확산에 따른 친근함과 투자메리트, 국부펀드 자금증가 등 여건이 좋아 투자규모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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