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했지만 기죽지 않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성기 이디오크러시 대표 2014.07.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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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창업 전쟁터에서 승리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


영화 '이디오크러시'를 본 적이 있는가. 이디오크러시란 멍청하다는 뜻의 Idiot과 민주주의 Democracy의 합성어, 즉 백치주의를 뜻한다 다. 영화는 세상의 지배를 당한 채 우매하게 변한 군중들의 삶을 담았다. 내가 창업한 스타트업의 이름 이디오크러시는 여기에서 따왔다.

단순히 멍청해지자는 뜻이 아니다. 마음을 먹었으면 실천하자는 의미다. 소위 똑똑한 사람들은 이것저것 계산하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도전하지 않는다. 수비적이다. 나는 이와 반대로 가려고 노력한다.



내가 처음 북미 시장을 겨냥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 모두들 고개를 가로저었다. 국내 시장에서 먼저 성공한 뒤에 진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 게임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 아니냐 등 비판의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성공한 게임이 해외에서도 항상 반응이 좋지만은 않았다. 해외 시장은 국내와 사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아무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실패 가능성에 겁먹지 않고 제대로 도전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디오크러시의 정신으로 내가 북미 게임 시장에 도전한 이유다.



무식하게 도전하되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도심 속 청년창업캠프'에 참가한 이유도 투자자와 멘토들의 평가를 받기 위해서였다.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아무 소용이 없다.

디자인을 전공하며 느낀 게 있다. 순수미술과 상업미술로 나뉘는데 사업은 전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수미술은 누군가 자신의 작품을 알아봐주고 인정해주길 기다리는 쪽이다.

이처럼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가치를 나만 알고 다른 사람들이 모른다면 쪽박 차기 십상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기술만 개발하다 창업한 사람들, 꿈 많은 학생들을 종종 보곤 한다. 그들은 자기가 개발한 서비스나 제품에 확신과 애착을 갖고 있어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잘 듣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창업은 순수미술이 아니라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상업미술임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심 속 청년창업캠프에서 이디오크러시는 13표를 받아 꼴찌를 했다. 하지만 절대 기죽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자만했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게임 관련 분야 강연도 서 본 경험,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경험이 많아 프리젠테이션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창업캠프 당일 개인능력을 너무 믿은 탓에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긴장을 하면 랩을 하듯 말이 빨리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날도 랩하듯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하지만 기죽지 않는 이유는 남의 평가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서다. 비판을 받으면 마음 한구석이 쓰리지만 이를 보완한 뒤 좋은 평가가 나오면 잠 들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

밑에 있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 우리에게 표를 던져준 13명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사업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일구고 있다. 기죽지 않고 승부를 볼 때까지 도전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얼간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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