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현장서도 '갑'질하면 처벌한다"

머니투데이 세종=김지산 기자 2014.07.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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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국토부 표준하도급계약서 시행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중소 해외건설기업 A사는 중앙아시아 ○○발전소 공사 입찰에 참여한 국내 대형건설업체의 강요로 원하지 않는 현지 법인을 설립해야 했다. 원사업자가 공사 일정이 촉박하다며 압력을 넣는 바람에 법인을 세웠지만 법인 유지비가 상당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몰렸다.

#중동에서 플랜트공사를 수주한 한 대기업은 하도급계약서에 '갑의 지시에 의한 설계변경 비용은 을이 부담하며 을의 직접공사비가 10% 이상 증가될 경우에만 계약금액을 조정 한다'고 명시했다. 실제 설계변경이 진행되면서 해당 하도급 업체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정부가 해외건설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원도급업체와 하도급업체간 불공정거래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하도급업체가 올바로 서야 활발한 해외건설 수주가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외건설 현장에서 만연한 불공정하도급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해외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마련하고 지난 3일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속적인 해외건설 기장 진출과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해외건설 관련 하도급거래에서 기본적인 준거가 되는 표준하도급계약서 마련이 시급했다"며 "비정상적인 거래관행을 시정해 중소건설기업의 활발한 해외진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표준하도급계약서에 따라 원사업자는 발주자 요구나 현지법에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곤 하도급 업체에 현지법인 설립을 강요해선 안된다. 그동안 공사 1건을 수행하기 위해 현지법인을 설립하다보면 공사 이익보다 법인설립과 유지비용이 더 큰 사례가 상당수였다는 게 국토부 지적이다.

계약이행보증 등 각종 보증비율도 국내와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원사업자가 특정 보증기관을 지정할 수도 없다. 국내에서 적용하는 통상 계약금액의 10%를 훌쩍 넘어 25%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수급업체로선 보증 수수료와 보증한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았다.


원사업자는 설계변경 등에 따른 하도급대금 조정과 검사 및 인수, 하도급대금 지급, 대물변제행위 금지 등도 국내 표준계약서와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목적물 인수를 지체하면 지체 비용과 책임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국토부는 제도 개선을 통해 해외건설 시장에서도 하도급법이 적용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소건설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진출 환경을 조성, 국내 건설업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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