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에서 주워 판다는 전투식량, 직접 구매해 보니…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2014.07.0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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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구매한 전투식량/ 사진=김유진 기자1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구매한 전투식량/ 사진=김유진 기자


"1개에 7000원, 한 박스에 12개씩 들어있어. 요새 캠핑할 때 먹는다고 손님들이 많이 찾아."

지난 1일 찾은 서울 남대문시장에 위치한 식품 상가 내 매점들에서는 미군 전투식량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상인들은 갈색 비닐 봉지로 포장된 전투식량을 가판에 쌓아두고 '요새 인기가 좋다'며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이날 기자가 매점에서 구매한 메뉴는 '메이플 소시지'. 미군부대에서 가져와 판매한다는 전투식량 한 박스에는 12개의 개별포장이 된 한 끼의 식사가 들어있었다. 개별포장된 메뉴에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베지터리안 수프'나 '칠리 마카로니' 맛 등도 있었다.



유통기한은 언제까지냐는 질문에 매점 주인은 "내년 5월까지라 넉넉하다"라며 "전투용 식량이니까 잘 안 상해서 이렇게 실온에 보관해도 된다"고 말했다. 제품에는 유통기한이 표기돼 있지 않았다.

1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구매한 미군 전투식량 봉지 내 구성품/ 사진=김유진 기자 1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구매한 미군 전투식량 봉지 내 구성품/ 사진=김유진 기자
구매한 전투식량의 겉 봉지에는 '미국 정부의 소유물이며 상업적인 재판매는 불법이다'라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었다. 봉지를 뜯어보니 소시지 패티, 팬케이크, 메이플 시럽 등 식사 메뉴와 오렌지 음료수 가루, 커피, 자일리톨 껌 등의 후식도 담겨있었다. 음식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는 일회용 히터도 들어있었다.



푸짐한 구성품과는 달리 음식을 뜯어 접시에 담아 맛을 보니 과연 먹어도 되는 음식일 지 의심스러웠다. 두꺼운 소시지 패티는 옆에 지방이 하얗게 굳어있었고 고기 비린내가 진하게 났다. 팬케이크는 물에 젖어 불은 듯 중간중간 동그란 반점이 나 있었다. 견과류 모음에 들어 있는 건포도도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미군 전투식량뿐만 아니라 폴란드군이나 프랑스군, 스페인군 등 전세계의 전투식량도 판매되고 있다.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한 박스에 5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많은 캠핑족들이 전투식량에 관심을 보이며 구매를 원한다는 댓글을 달아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해외 전투식품이 인기리에 거래되고 있지만 이는 모두 불법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나라의 전투식량을 불법으로 유통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전투식량 유통 판매업자 이모씨(72)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12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2년간 주한미군이 훈련 후 폐기처분한 전투식량이나 해외에서 수입신고 없이 수입된 전투식량 1680여만원 어치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피의자 중 이씨 등 9명은 미군부대에서 청소부로 일하면서 소각장이나 기지 내에 버려진 전투식량을 모은 뒤 유통책에게 판매해 캠핑이나 낚시 등 레저문화를 즐기는 고객들에게 개당 5000~8000원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투식량은 죽은 쥐가 방치된 컨테이너 박스에 보관되거나 노상에 방치되는 등 보관 상태가 매우 열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투식량들은 제조일자가 3년이 지나는 등 유통기한 경과를 이유로 미군이 버린 것으로 추정됐다.

정모씨(46) 등 5명은 개인 이용 목적으로 해외 직구를 통해 전투식량을 사들인 뒤 수입신고 없이 불법으로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영국·폴란드·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수입한 전투식량을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개당 5만~9만원을 받고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돈만 된다면 소비자의 건강은 고려하지 않는 불량식품 유통업자들의 불법 행위"라며 "최근 캠핑·레저 열풍으로 전투식량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되도록 제조 유통과정이 투명한 국내 제품을 이용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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