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자율협약 확정…동부 유동성 위기 넘나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4.07.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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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신보, 동부제철 700억원 차환지원 합의…동부CNI 지원협상이 ‘변수’

서울 대치동 동부금융센터에 직원들이 출근길에 나선 모습. /사진=유엄식 기자서울 대치동 동부금융센터에 직원들이 출근길에 나선 모습. /사진=유엄식 기자


동부제철 (6,500원 ▼110 -1.66%)이 채권단 합의로 자율협약 방식의 구조조정이 결정되면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KDB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은 1일 오전 여의도에서 실무진 협의를 갖고 오는 7일 만기가 돌아오는 동부제철 700억원 회사채 차환지원에 합의했다.



신보 측은 동부 재무건전성을 우려해 우선변제권을 주장했지만 결국 양보하면서 의견 절충점을 찾았다. 산은과 신보는 오는 3일 예정된 차환발행심사위원회(이하 차심위)에서 동부제철 유동성 지원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숨통 틘 동부제철…2달 간 실사 거쳐 구조조정 방식 윤곽= 이번 결정으로 동부제철은 단기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만기일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동부제철 회사채를 막지 못했다면 부도로 이어졌고, 이 여파는 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당장 급한 유동성 위기는 사라진 상태”라며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통해 신속히 회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채권단은 향후 2달간 동부제철 경영현황과 재무 상태에 대한 실사에 들어간다. 감자(減資), 사업부 조정 등 채무액을 정리하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이 과정에서 결정된다.

동부제철 재무구조 개선의 열쇠는 이미 시장에 매물로 나왔었던 동부인천스틸(동부제철 인천공장)의 가격이다. 당초 동부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안을 구상하면서 동부인천스틸 예상 매각가격을 1조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 전경. /사진=동부제철 홈페이지동부제철 인천공장 전경. /사진=동부제철 홈페이지

동부그룹은 가격문제 등으로 국내업체 인수가 무산됐지만 해외로 협상대상을 넓히면 분위기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실제로 동부제철 측이 지난 3월 인수합병 중계업체를 통해 인수 의향을 타진한 결과 중국 바오산, 우한, 안산, 수도, 샤오강그룹과 대만의 차이나스틸 등이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동부 관계자는 “패키지딜이 풀리고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뀌면 (동부인천스틸) 입찰자가 생기고 매각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알짜매물 당진발전소, “신속매각 가능할 것”= 당진화력발전소는 산은조차 패키지딜이 무산되자마자 곧바로 개별매각을 추진할 정도로 ‘알짜매물’이다. 당진발전소는 민간발전소 중 유일하게 3~4년 이내 착공을 거쳐 실제 발전이 가능할 정도로 가치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동양파워가 매각한 삼척발전소는 2020년부터 실제 발전을 통한 전력수급이 가능하지만, 동부 당진발전소는 3~4년 안에 가능하고 환경영향평가 등에서도 문제가 없다”며 “전력생산량은 (삼척발전소보다) 다소 낮지만 충분한 시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포스코에너지는 동양파워의 삼척발전소를 4311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동부 당진발전소 인수전에는 앞서 동양파워에 관심을 보였던 삼탄과 SK가스 (169,700원 ▼300 -0.18%), SK E&S 등 SK그룹 계열 발전사업자와 최근 STX에너지를 인수한 GS (43,250원 ▲700 +1.65%)그룹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동부그룹은 발전소 가치를 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상가격에 불과하다. 인수전 흥행에 따라 최종 시장가격은 유동적이다.
동부건설 당진 동부그린발전소 조감도. /사진제공=동부건설동부건설 당진 동부그린발전소 조감도. /사진제공=동부건설

◇동부CNI, 마지막 핵심변수= 두 핵심매물이 잘 팔리더라도 내달 초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동부CNI (1,449원 ▼51 -3.40%)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 모두 허사가 된다. 동부CNI는 동부그룹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의 지주회사로 이 회사의 위기는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다.



동부CNI가 내달 상환해야 될 회사채는 7일 만기가 돌아오는 200억원과 12일이 만기인 300억원까지 총 500억원이다. 이 가운데 100억원을 산은이 지원하고, 나머지 400억원을 동부그룹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및 자산담보부대출 등을 활용해 갚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일각에선 동부CNI IT사업부문을 1000억원 안팎에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이 반려한 250억원 규모의 동부CNI 안산공장 담보부대출도 재추진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IT사업부 매각은 주주동의 등 3~4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 당장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부 관계자는 “아직 산은과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합의한 단계가 아니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동부CNI에 문제가 생겨 그룹 전체로 유동성 위기가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 금융당국과 산은도 이 문제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동부그룹은 계획대로 매각이 진행될 경우 더 이상의 경영 위기론은 부각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동부 관계자는 “당초 재무구조 개선안에 제시된 매물가격이 2조7000억원 수준이고, 올해 갚아야할 비금융사 회사채는 4200억원 정도”라며 “계획대로 매각이 진행되면 추가적인 유동성 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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