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으로 탱크를 잡는 방법…현대판 '다윗의 돌팔매'

딱TV 김준만 2014.07.0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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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TV]쉽고 재미있지만 깊이가 있는…'밀덕' 이야기

편집자주 '밀리터리 덕후' 김준만 - 할리우드 영화와 록 음악에 푹 빠져 사는 ‘피터팬 증후군’ 중증 환자입니다. 밀리터리 관련 글을 인터넷 공간에서 여러분과 함께 나누는 것이 樂입니다.

세계 1차대전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탱크는 이후 전쟁사에서 보병에게는 도저히 대적할 수 없는 공포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처럼 사람과 탱크의 대결이 가능하게 해 준 개인용 무기들이 등장했다. '주먹'으로 탱크를 때려잡았다는 무용담의 주인공을 만나보자.



↑ 이라크 병사가 들고 있는 대전차 로켓 발사기 RPG-7 (러시아어: Ruchnoy Protivotankovyy Granatomyot, 영어: Hand-held anti-tank grenade launcher)↑ 이라크 병사가 들고 있는 대전차 로켓 발사기 RPG-7 (러시아어: Ruchnoy Protivotankovyy Granatomyot, 영어: Hand-held anti-tank grenade launcher)


요즘 이라크에서 또다시 전쟁의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다는 외신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사실 중동지역은 십자군 전쟁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온갖 명분을 내세워 전쟁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특히 20세기 중반부터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위해서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열강들의 첨단 무기들이 공급됐습니다. 마치 현대 무기들의 시험장이나 되는 것처럼 전투를 벌이곤 했지요.



특히 중동지역 지형 특성상 '탱크'는 전략적 우위를 점하는데 가장 중요한 무기로써 활약을 했습니다.

20세기 후반 과학의 결정체라고 말할 수 있는 미국의 'M1A1 에이브람스'나 소련의 'T-72'와 같은 최첨단 탱크가 전장에 투입됐습니다. 사실상 과학 기술의 우위가 전차전에서 승패를 판가름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시각이 "틀리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요.

구약성서에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모두 아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의 선택으로 이스라엘의 왕이 되는 양치기 소년 다윗이 블레셋 군대의 거인 장수 골리앗과 맞섰습니다. 돌팔매로 거인의 이마에 정통으로 돌을 맞춰서 쓰러뜨리고 그의 목을 베어버린다는 이야기이지요.


↑ '다윗과 골리앗', 오스마 쉰들러 작↑ '다윗과 골리앗', 오스마 쉰들러 작
탱크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마치 구약성서에서 등장하는 '다윗의 돌팔매'와 같이 보병이 휴대 가능한 대전차 공격 화기의 발전이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개인 화기가 탱크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뜻밖에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번 회에는 바로 대전차 개인 화기들의 발전 역사를 둘러보겠습니다.

1. 최초의 대전차 소총

↑ 최초로 전장에 투입된 탱크, 영국의 마크-V↑ 최초로 전장에 투입된 탱크, 영국의 마크-V
1916년 1차대전 영국이 프랑스 지역 전투에서 최초로 탱크를 내보였습니다. 이후 뛰어난 기동력을 기대할 수는 없어도 보병들에게 탱크의 존재는 엄청난 공포를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영국 탱크에 위협을 느낀 독일군은 1917년에 '마우저 1918'형 대전차 소총을 개발해 탱크를 공격하였습니다. 당시 탱크의 철판 두께가 10~20mm 정도였으므로 이 총에서 발사되는 13.2mm 구경의 철갑 소총 탄환으로 근거리(100mm 이내)에서 사격하는 경우 충분히 구멍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구멍을 낸다고 탱크가 구동을 멈출 정도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는 없었습니다만, 요행히 탱크 속에 탑승한 기갑병들이 탄환을 맞고 부상당하거나 사망하는 경우 탱크를 무력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기존 소총에 비해서 훨씬 큰 이 최초의 대전차 개인 화기는 두 명의 병사들이 1조가 되어 사용하였습니다.

↑ 마우저 1918 탕크게베어, 1차대전 최초의 대전차 소총↑ 마우저 1918 탕크게베어, 1차대전 최초의 대전차 소총
2. 붉은 군대의 대전차 소총

1941년 나치 독일이 소련과의 전면전을 시작했을 때 2차대전 통틀어서 가장 우수한 탱크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T-34'(한국전쟁 때 휴전선을 밀고 내려왔던 북한국 주력 탱크이기도 합니다)는 충분히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독일 탱크들에 비해서 열등한 성능의 소련 탱크들은 개전 초기에 독일의 전격전의 우수성을 증명해주는 제물이 됐습니다. 그런 어려운 시기에 소련 보병들에게 공급된 대전차 라이플은 위에 폴란드군이 사용한 모델보다 훨씬 강력한 화력을 가졌습니다.

무려 14.5mm 구경의 철갑탄을 사용한 PTRD 소총은 소련 침공 초기에 독일군의 주력 탱크들인 3호 전차와 4호 전차의 철갑을 관통 가능했지요. 100m 이내 거리에서는 무려 40mm 철갑을 관통할 수 있었습니다.

2인 1조로 18kg 가까운 PTRD 소총을 들고 조용히 접근한 소련 병사들이 100~200m 정도의 거리에서 철갑탄을 발사하곤 했습니다. 이는 탱크 자체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았을 수 있으나 그 안에 탑승한 기갑병들에게는 끔찍한 공포심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습니다.

소련이 기갑 군사력에서 T-34의 충분한 수량 확보로 균형을 맞출 때까지 무력한 구형 전차들보다 차라리 보병들의 PTRD 소총 공격이 독일 기갑병들에게는 더 위협적이었던 것입니다.

↑ PTRD (러시아어 : ProtivoTankovoye Ruzhyo Degtyaryova, 영어 : Degtyaryov Anti-Tank Rifle)↑ PTRD (러시아어 : ProtivoTankovoye Ruzhyo Degtyaryova, 영어 : Degtyaryov Anti-Tank Rifle)
3. 독일군의 '팬저파우스트'

↑ 2차대전 중 독일군 병사들에게 팬저파우스트 발사 방법을 설명하는 하사관↑ 2차대전 중 독일군 병사들에게 팬저파우스트 발사 방법을 설명하는 하사관
2차대전 중에 나치 독일의 기갑부대는 현대전에서 탱크가 갖는 전술적 의미를 정립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초기에 점령했던 유럽 국가들과 소련 지역에서 퇴각하게 되자, 모든 물자가 급격히 부족해졌습니다.

동쪽과 서쪽에서 쇄도하는 연합군 탱크들을 상대해야 했지만, 독일이 자랑하던 타이거나 판터 같은 주력 전차들이 부족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대전차포처럼 3~4명의 포병이 견인이 가능한 이륜 포를 사용해 연합군의 탱크들을 공격하는 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대전차 화기와는 달리 한 명의 보병이 단독으로 발사해 적 탱크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무기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팬저파우스트'(Panzerfaust, 독일어로 탱크 공격용 '주먹')입니다.

단 한 발의 대전차 포탄을 작은 쇠 파이프에 끼워 장전해놓은 이 무기는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0~100m 거리에서 150mm 철갑을 관통할 수 있는 엄청난 화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100m 이내 거리에서 팬저파우스트를 발사하기 위해 몸을 일으킬 때는 적 탱크에 노출되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처 쏴보기도 전에 탱크의 대인 살상용 기관총에 의해 벌집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 1945년 나치는 베를린 방어를 위해서 심지어는 이런 여성에게도 팬저파우스트 작동법을 설명하며 전투에 내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큰 효과는 없었습니다.↑ 1945년 나치는 베를린 방어를 위해서 심지어는 이런 여성에게도 팬저파우스트 작동법을 설명하며 전투에 내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큰 효과는 없었습니다.
1942년 여름부터 생산에 들어간 '고성능 초저가' 대전차 무기는 따로 스위치가 없었습니다. 적 탱크를 향해 겨눈 다음에 페달과 같은 모양의 발화 스위치를 누른 후에 발사 파이프를 쥐고 돌리면 포탄이 발사되는 형식입니다.

이런 간단한 조작 방법 때문에 1945년 독일 패망 직전에 노인과 미성년자들이 다수 포함된 수비대를 조직하면서 대부분의 부대원들에게 소총이나 기관총 대신에 팬저파우스트를 보급했다고 합니다. (결국 비싼 총 사용하지 말고 딱 한 방 이거 쏘고는 적에게 사살당하든 포로가 되든 알아서 하라는 의미였습니다.)

4. 냉전 시대에 탄생한 진정한 다윗의 돌팔매, 'RPG-7'

↑ RPG-7↑ RPG-7
2차대전 중 미국은 바주카포와 같은 효과적인 대전차 개인 화기를 개발했습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국군과 초기 투입된 미군은 기갑 지원을 못 받는 상황에서 북한의 T-34를 맞이해야 했습니다.

사용한 바주카포는 최고 두께가 60mm에 달하는 강력한 적의 탱크를 파괴할 수는 없어도 근접에서 캐터필더를 끊어서 전진을 저지하는 정도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전차 개인 화기의 진정한 성공은 1961년에 소련이 개발한 'RPG-7'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팬저파우스트와 같은 부자연스러운 발사 방법의 결점을 없애고, 같은 발사 기구에 포탄만 재장전하면 계속해서 발사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차이입니다.

또한 부착된 조준 장치로 비교적 정확한 사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경량 모델로도 100m 전후의 거리에서 발사해 260mm 이상의 철갑을 관통할 수 있는 화력을 갖고 있습니다.

↑ 2008년 이라크에서 임무 수행 중인 M113 탱크, 병력 수송이 주요 임무인 탓에 얇은 철갑이 RPG-7의 공격에 매우 취약합니다.↑ 2008년 이라크에서 임무 수행 중인 M113 탱크, 병력 수송이 주요 임무인 탓에 얇은 철갑이 RPG-7의 공격에 매우 취약합니다.
냉전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탱크는 주요 부분이 100~200mm 두께의 철갑을, M1 에이브람스 탱크는 무려 800~1000mm 이상의 두께의 철갑으로 차체가 둘러싸여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전장에 투입된 신형 MBT(Main Battle Tank)급 탱크들을 상대로 RPG-7과 같은 무기로 공격을 한다고 해도 무력화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M1A1 에이브람스 MBT(Main Battle Tank)의 위용 - 사실상 대전차 개인 화기로 이런 완벽한 탱크를 무력화할 수 있는 화력을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병력 운송용 M113 탱크는 38mm 두께의 철갑으로 중동지역에서 RPG-7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 노출돼 탑승한 병력이 전멸하는 참사가 벌어지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또한 조준 사격이 가능하다는 이점은 탱크 뿐만 아니라 현대전에서 가장 정교한 살상 무기로 거듭 태어난 전투 헬기를 공격하는데 뜻밖에 효과적인 무기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탱크의 발전은 '대전차 개인 화기'의 발전을 앞질러 저만치 가버려서 이제는 더는 '다윗의 돌팔매'의 기적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중동 지역에서 또다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첨단 탱크나 전투기, 그리고 드론이라 불리는 무인 전투기가 주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중동국가의 정부군들이나 현지 주둔 해외 병력에 가장 위험한 공격 무기는 RPG-7입니다. 드넓은 중동 사막과 산악 지대, 도시와 외곽 지역을 불문하고 민병대나 테러 집단의 병사들이 간편하게 휴대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러시아, 중국 뿐만 아니라 북한군도 RPG-7을 '7호 발사관'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7월 2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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