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전날 낸 보고서에서 지난해 설비투자를 비롯한 자본적 지출(capex) 규모 상위 2000대 기업들이 올해 지출을 지난해보다 0.5%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S&P는 지난해에도 1% 줄었다며 감소세가 201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레스 윌리엄스 S&P 기업 부문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현금을 쓰기 시작하면 경기 개선이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다양한 이유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자본적 지출 감소 전망은 올해 경기회복세의 견고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의 많은 기업들이 가장 큰 자본적 지출 주체로 부상하는 등 지난 10년간 전 세계 자본적 지출의 균형이 극적으로 바뀌었다"며 "신흥시장의 자본적 지출에 예상보다 큰 조정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원자재 부문이 투자 고삐를 바짝 조일 태세다. 특히 BHP빌리턴, 발레, 리오틴토 등 3대 철광석 업체와 페트로브라스 셰브런 가즈프롬 토탈을 비롯한 석유·천연가스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자본적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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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로 유럽 석유회사인 로열더치셸의 벤 반 뷰르덴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1월 투자 환경이 좋지 않다며 올해 자본적 지출을 90억달러에서 최대 370억달러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들은 대규모 현금을 손에 쥔 채 씀씀이는 줄이는 대신 부채를 대거 늘렸다. 2000대 기업의 순부채는 지난해 11조1000억달러로 한 해 전(10조2000억달러)에 비해 9%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자산 대비 순부채 비율은 21%에서 24%로 높아졌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처럼 몸을 사리는 모습은 금융시장의 분위기와 대비된다. 투자자들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경기부양 정책에 힘입어 세계경제 회복세가 짙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 공세를 취하고 있다. 투자 과열을 우려하는 경고가 잇따를 정도다.
덕분에 글로벌 증시는 2009년 저점을 찍은 뒤 5년째 랠리를 지속하고 있다. 호황을 맞기는 채권 및 상품시장도 마찬가지다. 미국 장기국채의 투자 수익률은 올해 상반기 13%에 달했고 금 현물가격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각각 10% 안팎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투자부적격 등급 채권인 정크본드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씨가 된 신용파생상품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S&P는 다만 많은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전망을 낙관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지적했다. S&P는 특히 IT(정보기술), 헬스케어, 통신 부문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