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해법, '전효숙 모델'이 답?..朴대통령 '함구'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14.06.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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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박대통령, 수석들에 임명장..문 "할말 없다" 자진사퇴 않을 듯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조윤선 정무, 김영한 민정, 안종범 경제, 윤두현 홍보수석 등 6명의 신임 비서진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특히 '제자 논문 가로채기'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송광용 교육문화수석에게도 임명장을 줬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문창극 총리 후보에 대해선 순방 귀국 사흘째인 이날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자진사퇴'와 '지명철회'의 갈림길에서 양측이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10여년 전 대학교수 재직 당시 '제자 논문 가로채기'·'논문 중복 게재' 등의 의혹이 제기돼 야권으로부터 '내정 철회'를 요구받고 있는 송 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관련 의혹이 임무를 수행하는데 결정적 흠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논문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김명수 교육부·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도 조만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장관은 국회 인준을 받아야 하는 총리와 달리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 후 환담을 갖고 "경제 개혁 3개년 계획을 비롯해 여러 가지 국정과제들을 목표로 삼은 것이 있는데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석실에서부터 중심을 딱 잡고 개혁의 동력을 잃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하고도 협조할 일이 많이 있다"며 "인사청문회도 있고 여러 가지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나와 있어서 협력을 통해 그것도 속히 잘 이루어져야 국정이 하루속히 안정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아시아 순방 귀국 후 사흘째를 맞은 박 대통령은 그러나 문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귀국 후 종합적인 상황을 보고 받은 뒤 이날 신임 참모진에 대한 임명장 수여와 벤 반 뷰어든 로열더치쉘 대표를 접견했을 뿐 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문 후보자 역시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아무 할 말이 없다.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 한 뒤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여전히 '자신사퇴'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일각에선 청와대에서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도록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청와대는 일단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큰 '지명철회'는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사실패를 자인하는 셈이고, 인사검증을 책임진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문책론이 거세질 수 있는 탓이다.



그렇다고 임명동의안을 재가할 수도 없는 처지다. 보수층을 중심으로 문 후보자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부정적 여론이 여전하다. 여권 내에서조차 사퇴 목소리가 강한 만큼 국회 인준을 장담할 수 없다. 인준 실패시 후폭풍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명예회복을 위해 자진사퇴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문 후보자가 '지명철회'를 요청하고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안이 청와대 안팎에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그나마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06년 전효숙 당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선례가 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문 후보자에게 충분한 해명 시간을 주는 등 원만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재가 여부를 미루면서 다른 신임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 청문 요청안 재가도 지연되고 있다. 국정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이 빠르면 24일 결단을 내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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