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주지 않을 거면 방을 빼라고 해서 보증금(1000만원)과 월세(5만원)를 올려줬더니 건보료도 10% 정도 늘었다. 그런데 집주인은 해당 건물의 다세대주택 3채를 임대해 연간 2000만원의 월세소득을 받는데도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집주인은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 오를 걱정 없이 산다고 했다.
이에 비해 2주택 이상 다주택자 중에선 상당액의 임대소득이 있음에도 신고를 하지 않아 '직장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한 푼도 안내는 집주인이 많다. 현행 제도상 임대소득에 대한 통계가 마련되지 않아서다. 이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형평성문제가 지적된다.
그래픽=김현정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우리나라 건강보험료 납부대상 중 지역가입 가구수는 764만9969가구며 총부과액이 6168억원으로 가구당 평균 보험료는 월 8만2216원으로 조사됐다. 이중 전·월세 세입자로 신고해 건보료를 납부하는 지역가입자는 253만1212가구로, 월평균 4만7242원을 낸다.
전·월세 세입자 중에서도 토지·소득·자동차 등을 제외한 순수 전·월세 금액만으로 부과되는 보험료는 268억원으로, 가구당 월 1만582원의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세입자들은 자신들이 내는 전·월세금 때문에 월 1만원을 추가로 건보료로 내는 것이다. 특히 월세 세입자는 보증금과 매달 내는 월세액이 소득으로 잡혀 건보료가 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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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가격이 폭등하면 건보료도 그에 상응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건강보험공단은 2년마다 전국 전·월세 시세를 조사해 건보료 산정에 반영한다. 2012년 4월부터 부동산가격 폭등에 따른 건보료 과다인상을 방지하기 위해 10% 상한을 뒀지만 이는 순수하게 전·월세금 증가만으로 늘어난 것이어서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 소득세·건보료 내지 않아도 몰라
그렇다면 전·월세 임대소득을 받는 집주인들은 건보료를 얼마나 낼까. 국세청에 따르면 월세 과세 대상인 2주택자 이상 보유한 임대소득자 136만5000명 중 지난해 임대소득세를 낸 사람은 고작 8만3000명으로 나타났다. 집 2채 이상 가진 128만2000명이 임대소득세를 한 푼도 안낸 것이다.
결국 이들은 2채 이상 보유하고 있음에도 '직장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전혀 내지 않는다. 사업·임대소득이 없다고 신고하면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는데 임대소득에 대한 통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다보니 피부양자 여부를 가릴 수 없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한 세무전문가는 "전·월세금 인상으로 세입자는 건강보험료가 올라도 실제 자산가치가 높아진 집주인은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냐"며 "이런 보험료 부과체계의 불합리한 요소는 자칫 건강보험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책적 고려와 개선이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