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대접 '新3D 직종'…"중요한 건 아는데 예산 때문에"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김유진 기자 2014.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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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보육교사·요양보호사 "시민생활 밀접하지만 열악한 처우 개선안돼"

화재 진압복을 입은 한 소방관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소방관 국가직 전환 촉구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화재 진압복을 입은 한 소방관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소방관 국가직 전환 촉구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소방관,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이른바 신(新) 3D 직종이다. 강도 높은 노동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직업이라 이같은 악명을 얻었다. 육아와 요양, 재난대응을 담당하는 이들 직업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과 관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의 직업 환경 개선이 곧 안전이나 복지 등 생활과 밀접히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선 소방 공무원의 국가직 전환과 보육교사의 공무원 전환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예산과 인식부족 등 난관이 적잖다.



◇"소방장갑 사서 쓰는 게 문제가 아냐"

최근 소방 공무원은 현행 지방자치단체 소속에서 국가직으로 전환을 요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화재진압에 사용하는 장갑 등 소방장비를 자비로 구입하는 것보다 전국 각지에서 동일한 수준의 '안전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은애 전북 부안소방서 소방관(50·여)은 "소방관은 지방직이기 때문에 재난관리를 하나의 라인에서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사용기한인 10년이 훌쩍 지난 소방차가 출동하다 멈춰서기도 하는 상황이지만 지방정부가 재정적으로 취약하다보니 안전에 예산을 제대로 투입하지 못하는 곳도 많다"고 토로했다.

소방관들은 대도시에선 소방차마다 소방인력 3~4명이 탑승하는 규정이 지켜지지만 취약지역에선 화재현장에 혼자 출동해야 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전국적으로 동일한 소방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소방 공무원 3만여명을 국가직으로 전환할 경우 추가로 4000여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18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자체의 소방 총예산 3조260억원 가운데 국가가 지원하고 있는 보통교부세 중 인건비 1조7266억원과 지역자원시설세 8808억원을 국세로 전환해 소방예산으로 활용하면 추가로 4186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예산부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보육교사 열악한 처우는 내 아이에 악영향"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는 보육현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보육교사들은 장시간 근무와 낮은 보수, 고용불안 등에 시달리고 있지만 공무원 전환에 따른 비용 문제가 논란거리가 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야가 보육교사의 공무원 전환에 적게는 2조7000억원에서 8조원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기도 했다.

심선혜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육교사의 평균 근무시간이 10시간 안팎인데 보육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류 등 업무가 과도하다는 점"이라며 "임금도 보육교사의 60%가 최저임금 기본급을 받고 있고 지자체에 따라 수당도 일정치 않은 등 불안정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는 보육교사 상당수도 공무원화는 비용 문제로 당장 실효성이 높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대신 현실적 대안으로 2교대제를 도입해 보육 부담을 덜고 직업 안정성을 확보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폭 확충해 보육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쉴 곳 없는 요양보호사…안전교육도 전무"

고령화로 요양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지원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지만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살인적인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요양보호사들이 적잖다.

민소현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회장은 "가장 시급한 문제는 요양보호사의 휴식공간이 전혀 없다는 점과 원활한 인력수급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 회장은 또 "전남 장성요양병원 사고를 보면 요양보호사에 대한 직무능력 향상교육이나 안전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요양보호사 쉼터마련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안이지만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등의 외면으로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요양보호사에게 화재 등 재난사고 대응은 물론 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부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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